정부, 내년 SOC 예산 감액 확정…건설업계, '불안' 증폭

내년 SOC 예산안 25조원으로 확정…올해보다 1조원 가까이↓ 건설업계, '보릿고개' 지속되는데 '예산 줄이기'에만 급급' 비판

2024-09-07     김동현 기자
[기획재정부]

컨슈머타임스=김동현 기자 | 지난 몇 년 간 경기 침체로 인해 건설사들의 '보릿고개'가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내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3% 삭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업계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특히 중소형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폐업'이 급증하는 등 업계의 상황이 심각한데도 정부는 '예산 줄이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국무회의를 통해 '2025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예산안을 보면 내년 SOC 예산은 25조4825억원으로, 올해보다 1조원 가까이 줄었다.

구체적인 내년 SOC 예산 편성은 △도로 부문(7조1998억원)  △철도 부문(7조16억원) △항만수자원부문(4조2797억원) △지역 및 도시부문(2조188억원) △물류 등 기타(3조3515억원)  △항공·공항·산단(1조6311억원) 등이다.

정부는 공공주택 25만2000호를 공급하고 전국 어디서나 '출퇴근 30분, 전국 2시간, 전 세계 1일' 생활권 실현을 위해 편리한 교통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를 위해 노후화된 인프라 개선 및 수해 취약도로, 하천 정비를 위해 예산을 투입한다는 로드맵을 내놨다.

SOC 예산은 지난 2023년 10.2% 감액됐다가 올해 예산안에서 다시 3.9% 늘었다. 그러나 다시 3.6%(9597억원) 감액 편성됐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완공된 도로·철도 노선이 많았고, 신규 노선은 소액의 설계비만 반영되면서 SOC 예산이 다소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건설경기 침체를 벗어나고, 나아가 경제회복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정부주도 사업예산이 축소된 점은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경기는 국내 경제 전반을 좌우할 정도로 비중이 높은 분야인데, 정부의 관련 예산이 대거 삭감된 것은 경기회복을 뒤로 미루겠다는 의미와 비슷하다"라며 "게다가 최근 정부발주 일감으로 업을 영위하는 지방 중소건설사들의 폐업이 증가하는 시장 상황도 전혀 고려되지 않은 예산 책정이라고 본다"는 의견을 전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8월 부도난 건설업체는 종합건설사 7개, 전문건설사 15개 총 22개로 집계됐다. 

이는 24곳이 부도났던 2020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특히 19개사는 지방 건설사로 나타났다.

또한 올해 1~7월 누적 종합건설사 폐업 신고는 29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18건 대비 35.3% 늘어났다. 지방을 중심으로 쌓이는 미분양과 일감고갈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게다가 SOC 예산 축소 외에 공공주택 공급과 관련된 예산책정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내년에 공공분양 10만 가구, 공공임대 15만2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을 내놨다. 올해 예산에 반영된 공공주택 공급 물량은 공공분양 9만 가구, 공공임대 11만5000가구인데 여기에 4만7000가구 늘리는 것이다.

공공임대아파트 외 서민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는 빌라,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 공급은 2년간 16만 가구로 확대한다. 세부적으로 내년에는 시세의 90% 전세금으로 최대 8년간 거주할 수 있는 든든전세주택 3만 가구를 약 8627억원을 들여 공급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7500가구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공급계획량은 증가한 반면, 내년 공공주택 예산은 14조8996억원으로 올해(18조1276억원)보다 3조2280억원이 줄어든 것은 의문점이다. 신축 매입임대주택의 경우 매입 약정부터 착공, 준공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예산 반영을 일시에 하지 않고 3년간 나눠 반영하기로 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관계기관인 LH와의 의사소통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예산을 책정하는 과정에서 용역 및 연구 등이 제대로 수행됐는지도 의문이다.

이한준 LH 사장은 "LH가 정부 정책사업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다세대·연립주택(빌라) 매입시 지원 단가를 현실화해야 한다"면서 "현재 LH 부채비율이 218%로 실매입가 대비 65% 수준의 정부의 지원금으로는 계획 이행에 무리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가 빌라 등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을 담당한 LH에 7500여 가구의 배당을 줬지만, 정작 LH는 높은 부채비율로 인해 난색을 표하고 있어 계획이 제대로 실행될지도 미지수다.

업계에서도 정부 주도 공공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인 로드맵 없이 '예산 줄이기'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3기신도시를 비롯한 공공주택 사전청약 등 공급정책에서 삐걱거리면서 제도 손질 및 예산 증액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오히려 예산이 줄인 상황"이라며 "제대로된 계획 없이 예산만 책정하면서 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불용액이 증가하고, 공급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