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환의 시선] 전기차 지금 사도 될까?
지난달 인천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일어난 전기차 화재로 인하여 전기차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고 있다. 전기차에 대한 우려는 화재 이전에도 있었다. 이른바 캐즘으로 불리우는 일시적인 수요 정체도 있었다.
캐즘(Chasm)이라는 것은 전기차에 특정된 단어는 아니다. 캐즘이라는 단어는 깊은 구덩이나 틈을 의미하며 이것을 마케팅에 적용한 사람은 제프리 무어 라는 작가이다. 제프리 무어는 1991년 본인의 저서인 Crossing the Chasm 이라는 책에서 새로운 제품이 시장에 나타났을 때, 초기 수용자들 이른바 얼리 어댑터와 대중화 사이에 캐즘이라는 깊은 골짜기가 있으며, 이 캐즘을 잘 넘어야만 비로소 성공적인 대중화가 이루어 질 수 있다는 이론을 소개 하였다.
전기차는 분명 얼리 어댑터들만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대중화로 가는 길목에 있다. 제프리 무어가 말한 캐즘을 넘는 단계인 것이다. 전기차의 캐즘에는 단지 화재 위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가장 대표적인 넘어야 할 골짜기는 충전의 불편함 이었다. 그런데 화재위험이라는 이슈가 모든 고려해야 할 요소를 압도하고 있다.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다. 배터리 화재 이슈는 극복해야 할 문제점임은 분명하지만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거대한 흐름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유럽 여러 나라들은 이미 법률로서 내연기관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나라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2050년 이후에는 내연기관의 생산과 판매를 금지하는 나라가 대부분이다. 화재발생은 전기차에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내연기관 자동차에도 화재는 빈번하게 발생한다. 다만 전기차의 경우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소화에 더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와 보자. 전기차 지금 사도 될까? 우선 화재문제때문에 전기차를 선택지에서 배제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첫째 화재는 전기차에서 더 많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둘째 화재로 인한 추가 피해는 보험을 통한 대물 보상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지금도 대물 한도를 20억으로 설정 가능하며 보험료도 그렇게 많이 오르지 않는다.
그것보다 중요한 선택 요소는 본인의 생활 환경이다. 즉 1. 주거지에서 자유롭게 충전이 가능한가? 2. 직장에서 자유롭게 충전이 가능한가? 3. 장거리 운전이 많은가? 세가지 항목 모두 부정적인 답변이 나온다면 아직 전기차를 사면 안된다. 그러나 주택이나 빌라 거주로 충전이 자유롭거나 직장에서 충전이 자유롭고 장거리 운전을 드물게 한다면 전기차는 지금도 역시 매력적인 선택지 이다.
언제 전기차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시기의 문제이지 결국은 모두 전기차로 갈 수 밖에 없다. 지금부터라도 주거지를 고려할 때 또는 직장을 고려할 때 충전인프라도 한가지 고려해야 할 변수로 넣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전기차의 장단점에 대하여 가장 잘 알고 있는 소비자는 전기차를 타본 사람들이다. 전기차 소비자들의 재구매율이 상당히 높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앞으로 충전 인프라는 더욱 좋아질 것이고, 배터리 안정성도 높아질 것이며, 전기차에 맞는 보험 상품도 개발 될 것이다. 그래도 지금은 아니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지라도 그 다음 구매 차량은 전기차 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