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을 때까지 기다려
오한기, 한유주, 박소희, 장희원, 이지/김영사/1만6000원
2024-08-30 곽민구 기자
컨슈머타임스=곽민구 기자 | '녹을 때까지 기다려'는 다섯 명의 작가가 다섯 가지 '디저트'를 테마로 완성한 단편 소설 앤솔러지(시나 소설 등 문학 작품 모음집)다. 오한기, 한유주, 박소희, 장희원, 이지 작가가 각각 초콜릿, 이스파한, 젤리, 사탕, 슈톨렌을 소재로 쓴 신작을 수록했다.
디저트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작가들의 작품 역시 다양한 색채를 보여준다. 디저트로 쓴 소설이라니 달기만 할 듯하지만, 달콤하다가도 씁쓸해지고 또 의외의 신맛에 눈물이 찔끔 나기도 한다.
상큼한 맛을 즐기다가도 불현듯 아릿해지는 다채로운 이야기의 세계가 펼쳐진다. 디저트라는 하나의 키워드에서 피어난 다섯 작가의 이야기에 취하다 보면 '소설만큼 무한한 글쓰기는 없다'는 새삼스러운 즐거움을 되새길 수 있다.
디저트는 배를 채우기보다 마음을 채워준다. 지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준다. 이 책은 독자의 감정 흐름을 고려해 작품 수록 순서를 정했다. 한 장의 음반을 듣는 것처럼 소설을 한 편씩 순서대로 읽어 가면 독자는 기쁨에서 초조함으로, 미소에서 눈물로, 염려에서 통쾌함으로 여러 감정을 차례로 통과하게 된다.
작품 간 경계는 희미해지고 소설로 세공한 상상력의 세계가 형성된다. 그러나 사실 어느 작품을 먼저 읽어도 좋다. 다섯 작가의 소설은 모두 자기만의 방식으로 매력적이므로, 취향대로 디저트를 골라 먹듯이 원하는 순서대로 읽어도 색다른 감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