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의 금융산책] 내가 바라본 '티메프 사태' 광경

2024-09-02     김지훈 기자

컨슈머타임스=김지훈 기자 |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의 균열을 처음 발견한 것은 일명 '증권가 찌라시'부터다. 유언비어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70% 이상은 현실화하기에 예의주시했다. 유통가의 잡음이지만 결국 돈과 직결되기에 금융가의 잡음도 함께 커질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사태를 피부로 느낀 것은 지인의 피해사례 때문이다. 대학 시절 함께 자취했던 절친한 선배에게 연락이 왔다.

"위메프에 물렸어. 물건을 산 것은 아니고 마케팅 대행을 했는데 불안하다"

평소 주식 이야기를 자주하기에 농담조로 서로 말했고 웃으며 넘겼다.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일상을 보내며 시간이 흘렀고, 점점 상황은 악화했다. 정부가 나서 금융사들에 손을 벌렸고, 카드사·은행·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사) 등은 일제히 자신들의 위치에서 대응하기에 바빴다. 이 당시 한 통의 메일이 선배에게서 전달됐고 선배 이마의 주름골은 더 깊어졌다.

"당사 상황으로 비용 지급이 늦어지는 점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문의하신 비용 처리 관련하여 현재 위메프는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했고, 보전처분 및 포괄적 금지 명령을 받았습니다. 당사는 이에 따른 법적인 절차를 통해 변제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보전처분이 내려짐에 따라 당사는 원칙적으로 당분간 재산을 처분하거나 채무자에 대한 변제를 할 수 없게 됐으며 포괄적 금지명령으로 당사에 대한 강제집행, 가압류, 가처분 또는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 절차는 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는 소비자, 파트너사, 협력 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자금이 확보되는 대로 법원 허가 등 보전처분에 따른 법적 절차를 거쳐 진행하고자 합니다. 다만 법적 절차 과정으로 정산 일정은 현재 확답을 드릴 수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상황은 이해하나 허탈함이 밀려왔다. 돈을 못 준다는 이야기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자신들의 무리한 기업 확장으로 이 사태가 빚어졌는데 구영배 대표의 낯짝은 더 두꺼워 뉴스를 보는 게 싫었다.

놀라운 점은 현 상황인데 선배는 미정산 금액을 아직 받지 못하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위메프의 대응이다.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답은 듣지 못한다는 것이다. 간부에게 메일을 보내도 반송되고 있다고 한다. 선배는 늦은 나이에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티메프 사태의 직격타를 맞으며 휘청이고 있다. 대출금 갚기는 더 힘들어졌고 이중 아니 삼중고를 앓고 있다. 이런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정부는 대출 지원을 약속했지만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은행들도 대출 지원을 앞 다퉈 내놨지만 실효성을 따지고 든다면 물음표가 그려진다. 관련 내용으로 수많은 보도 자료를 쓴 사람이 내 자신인데 정작 주변 피해자들에게 물어보면 모른다는 게 또 함정이다. 어떻게 보면 안내 부족이라는 말인가. 답답한 상황에 저런 것에 신경을 쓸 여유가 있을까도 싶다. 문자 안내 등이 직접적으로 이뤄졌으면 누군가에겐 희망이 됐을 수 있었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대출도 결국 피해자들의 몫이 된다는 것이다. 이상하다. 소수의 날갯짓이 거대한 나비효과를 불러왔는데 리스크는 이익 창출 집단이기도 한 금융사와 피해자 등이 안고 간다. 코미디 이보다 더한 코미디가 어디 있나 싶다. 찰리 채플린이 벌떡 일어나 박수치지 않을까. 누구는 발 뻗고 잘 자고 있지 않을까 싶다.

영화 '베테랑'이 떠오른다. 극중 정웅인(배 기사)는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아들과 함께 밀린 돈을 받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받지 못한다. 기업 사장 조태오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배 기사를 보게 되고 사무실로 부른다. 임금 체불된 액수(420만원)를 듣고 조태오는 배 기사를 어이없어한다.

이 한 장면에서 극명한 온도 차를 느끼게 되는 명대사 두 개가 탄생한다. 첫째가 "어이가 없네"고 두 번째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맞아요"다.

티메프 피해자들도 잘못한 게 없는데 왜 멍들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피해자들이 금융감독원 앞에서 들고 있던 팻말의 내용이 잊히지 않는다. "구영배 구속수사! 집행하라 재산 몰수" 바다 건너편 중국을 이해하기 힘들 때가 많은데 강력한 법만큼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게 된다.

정부와 금융사들이 나서서 피해를 막아주고 기업들은 줄줄이 도산하며 나 몰라라 하는 현 세태가 맞나 싶다. 피해자들도 이젠 기업에 요구해야 할 것을 정부와 금융사들에 의지하고 목소리를 키운다. 깊은 수렁으로 다 같이 빠지자는 말이다. 연쇄와 지속이라는 말은 무섭다. 강골도 버티기 힘든 순간은 온다. 

결국 시스템과 법의 문제임이 나타났다. 이커머스 경영 전반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와 점검이 필요하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한 특별법 개정과 관련 법 개정이 절실할 때라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