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업체, '벤츠 전기차 화재'로 '배터리 실명제' 바람

벤츠, 자사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공개'에 볼보도 '정보공개' 스텔란티스, '공개 준비 중'…아우디·폭스바겐, '본사와 논의'

2024-08-13     곽민구 기자

컨슈머타임스=곽민구 기자 | 최근 수입차업체에 '배터리 실명제 바람'이 불고 있다. 이는 최근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하며 소비자의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알 권리 보장의 필요성이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자동차·기아(이하 현대차·기아)가 자사의 전기차 배터리를 선제적으로 공개하면서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 볼보 등 수입차업체가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했다. 

또한 스텔란티스 코리아는 배터리 제조사를 밝힐 준비를 하고 있으며,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 등은 본사와 협의에 나서고 있다.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벤츠는 13일 홈페이지를 통해 자사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EQC 모델에는 국내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EQA 모델에는 트림별로 중국 업체 'CATL'과 국내 업체 'SK온'의 제품이 탑재됐다. EQB 모델은 SK온 제품을 장착했다.

EQE는 'EQE 300' 시리즈만 CATL, 나머지 트림의 경우 또다른 중국 업체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됐다. EQE SUV의 경우 '500 4 MATIC'에 파라시스, '350 4MATIC'에 CATL 제품이 적용됐다.

EQS는 'EQS 350'만 파라시스, 나머지 트림은 CATL 배터리가 장착됐다. EQS SUV와 MM EQS SUV는 모두 CATL 제품을 탑재했다.

최근 파라시스의 배터리를 사용한 벤츠 EQE 세단 화재 이후 배터리 제조사 관련 문의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EQE에 탑재된 배터리가 당초 알려진 바와 달리 파라시스 배터리로 확인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늘어났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9일 홈페이지를 통해 현대차 10종, 제네시스 3종 등 총 13종의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의 제조사를 밝혔다. EQE 화재 이후 배터리 제조사 관련 문의가 많아 현황을 공개했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기아는 지난 12일 자사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현대차에 이어 두 번째다. 

이처럼 현대차·기아가 선제 조치를 취하면서 수입차업체들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그간 기업 비밀 등을 이유로 배터리 정보 공개에 미온적이었던 벤츠까지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자 업계가 배터리 제조사를 밝히는 것으로 방향을 설정한 것이다.

BMW 코리아는 지난 12일 자사 홈페이지에 'BMW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안내' 코너를 만들어 자사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이는 수입차업체로는 처음이고, 현대차·기아에 이어 세 번째다.

당초 BMW코리아는 소비자 문의 시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해왔다. 하지만 인천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화재로 배터리 제조사 공개를 요청하는 고객 문의가 많아지자 자발적으로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볼보코리아는 13일 고객 앱 '헤이, 볼보(Hej, Volvo)'를 통해 안내를 실시했으며, 홈페이지에도 추가 안내를 예정했다.

볼보코리아 관계자는 "신차 출시 시점부터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왔고, 영업 현장에서 고객이 문의할 경우 배터리 정보를 밝혀왔다"며 "앞으로도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책임감 있는 비즈니스를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스텔란티스코리아도 배터리 제조사 공개를 위한 준비에 나서면서 최근 배터리 정보 공유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스텔란티스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배터리 제조사 공개를 준비 중이지만, 일정은 아직 미정"이라고 말했다.

아우디코리아는 독일 본사 정책에 따라 특정 모델에 어느 업체의 배터리가 탑재돼 있는지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현재 국내 상황을 고려해 본사에 질의 후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폭스바겐도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으나, 본사와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폭스바겐 독일 본사는 아우디와 마찬가지로 배터리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요타코리아와 폴스타코리아는 기존 전기차 공개와 함께 배터리 정보를 투명하게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