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브레인 쇼

최현우, 송영조/(주)김영사/1만8000원

2024-07-15     김성수 기자

컨슈머타임스=김성수 기자 | 우리 뇌는 마술을 원한다. 마술과 뇌과학은 원래 하나였다. 마술사는 우리 뇌가 착각에 취약할 뿐 아니라, 기억을 재구성하고 선택을 조종하기 쉽다는 점을 일찌감치 알아채고 '신관', '연금술사' 등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사람들을 놀라게 할 방법을 궁리해 왔다. 뇌과학이 공식적으로 밝혀내기 전부터 뇌의 특성을 파악해 마술에 활용해 온 셈이다.

이 책은 마술에서 뇌과학을, 뇌과학에서 마술을 끌어냈다. 뇌가 상황과 맥락에 따라 기억을 재구성하며 잘못된 정보와 질문, 요약만으로도 기억이 쉽게 교란된다는 점을 이용해 기억의 오류를 이용해 마술사가 원하는 카드를 관객이 고르게 만드는 '크로스 컷 카드 포스', 모호맹, 변화맹, 선택맹 등 우리 뇌의 특징을 이용해 마술사가 의도한 결과를 이끄는 화술인 '이쿼보크' 등 뇌의 허점을 응용한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어메이징 브레인 쇼는 '기억은 늘 선택적으로 조작되며, 고민 끝에 내린 선택은 별로 합리적이지 않았고, 현실도 각자의 뇌가 만든다'라는 인간이 합리적이라는 믿음을 뒤흔드는 '뇌의 실패'로부터 출발하는 책이다. 뇌과학자와 마술사는 손을 잡고 우리 뇌의 어리석음이 일종의 '가성비' 전략이며 이러한 뇌의 한계가 마술을 가능하게 한다고 강조한다.

예측이 빗나가는 상황에 노출될수록 우리 뇌는 성장한다. 실제 연구 결과, 마법과 같은 판타지를 선호하는 아이가 창의력도 높게 측정됐다고 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을 대신하고 주의력 저하가 우리 뇌를 위협하는 시대에 뇌의 생존력을 높이기 위한 열쇠는 '마술을 원하는 뇌'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