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교체' 포스코이앤씨, 정비사업 수주 전략 변화할까
컨슈머타임스=김동현 기자 l 포스코이앤씨가 올해 1조원 규모 서울 '노량진뉴타운' 재개발을 포함해 3조7000억원 어치 일감을 획득하며 정비사업의 강자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올해 건설사 중 가장 높은 수주고를 올린 가운데 수주전에서 저가 입찰 전략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낮은 공사비 입찰로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는 가운데 하반기에도 저가입찰 전략을 이어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수주액 2위를 차지한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5년 연속 수주 1위를 차지한 현대건설을 제치고 현재 1위를 기록 중이다.
이 회사는 올해 건설사 중 가장 먼저 '마수걸이' 수주에 성공한 데 이어 현재까지 3조4248억원의 일감을 확보했다.
특히 부산 촉진2-1구역 재개발을 비롯해 서울 가락미륭아파트 재건축, 서울 노량진1 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손에 넣으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1조원 규모의 대형 사업인 노량진 1구역의 시공사 자격까지 획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는 더샵에 이어 프리미엄 주거브랜드 '오티에르'를 내세워 하이엔드 전략을 내세운 점이 조합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한 몫을 했다는 평가다.
포스코이앤씨는 최근 열린 서울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수주전에서도 오티에르를 내세워 현대건설과 맞붙었다가 접전 끝에 현대건설에 시공권을 내준 바 있다. 하지만 하이엔드 주거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대목이어서 포스코이앤씨에게는 아쉬운 결과는 아니었다.
이처럼 포스코이앤씨가 수주전에서 경쟁력을 발휘하는 요소로 새로운 하이엔드 브랜드를 내세운 것 외에 '저가입찰' 전략이 어느 정도 통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이 회사가 시공권을 따낸 부산 촉진2-1구역에서는 당시 경쟁업체인 삼성물산의 제시액 3.3㎡당 969만원보다 현저히 낮은 891만원을 조합에 제시한 바 있다.
또한 포스코이앤씨는 3.3㎡당 공사비가 740만원 수준이었던 '서울 송파구 가락미륭아파트 재건축 사업'과 3.3㎡당 공사비가 730만원이었던 '노량진 1구역 사업' 등 건설사들의 반응이 싸늘했던 사업들도 조합의 제안을 수락, 수의계약으로 따내 시공사 지위를 확보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포스코이앤씨가 저가전략을 펼친 데 대해 '신규 브랜드 인지도 확보를 위한 거점 사업확보에 주력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이앤씨가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는 과정에서 하이엔드 전략을 펼쳤고, 이를 위해서는 좋은 입지에 자리한 사업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을 것"이라며 "다만 '최근 높아진 원가상승분을 반영하지 않은 채 일감확보에만 집중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실제 최근 건설사들과 조합 사이에 공사비를 놓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은평구 대조 1구역은 지난 1월 공사비를 놓고 갈등을 펼친 끝에 6개월 여 만에 공사를 재개하는가 하면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장 역시 '계약당시 체결한 공사비가 터무니 낮다'며 현실반영을 요구한 건설사와 이를 거부한 조합 간의 분쟁으로 공사현장이 멈춰선 바 있다.
이 밖에 다수 사업장이 최근 높아진 원자재가격과 인건비를 반영해 공사비 계약서를 새로 작성하고 있다.
최근 현대엔지니어링은 서울 서초구 신반포22차 공사비를 3.3㎡당 700만원 대에서 1300만원 대로 인상하는 데 합의했고,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 공사비를 665만원에서 823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조합에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포스코이앤씨는 시공권을 따낸 인근 가락 미륭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740만원을 써내며 향후 공사비 조정을 위한 갈등이 불가피 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처럼 저가입찰을 통한 전략을 이어온 포스코이앤씨가 하반기에도 이 같은 기조를 이어갈지도 관심사다. 하반기 한남 4, 5구역을 비롯해 압구정 등 굵직한 사업장들의 시공사 선정이 예고되고 있어서다.
올해 수주목표 10조원을 설정한 포스코이앤씨의 입장에서는 대형사업장 일감 확보 여부가 목표달성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다만, 새로 취임한 전중선 대표이사의 수주기조에 따라 입찰전략이 정해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최근 몇년간 상대적으로 낮은 주택사업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공격적인 수주전략을 펼쳤고, 수익성을 다소 낮추더라도 일감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던 바 있다.
그러나 원자재가격 상승과,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등 업황 침체가 이어지면서 이 같은 전략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준공 후 실적이 인식되는 시기 낮은 영업이익률로 나타날 수 있고, 시공과정에서 공사비 인상을 놓고 분쟁이 발생할 우려도 있어서다.
전 대표이사는 포스코이앤씨의 수익성 및 재무건전성 확대 등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사명을 갖고 취임한 만큼 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실제 전 대표 취임 직후 진행된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5단지 시공사 선정에서도 이 같은 기조가 드러났다. 강남권 거점 정비사업지로 꼽힌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사업에 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이다. 이 단지는 조합측이 제시한 공사비 수준이 3.3㎡당 838만원 수준으로, 원하는 만큼 수익이 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포스코이앤씨의 수장교체와 더불어 수주전략에도 다소 변화가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저가입찰을 통해 새로운 브랜드 '깃발꽂기'에 나섰던 포스코이앤씨가 리더십 교체를 통해 수익성 개선을 위한 선별수주전략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한강변 랜드마크로 불리는 한남뉴타운과 압구정 등은 모든 건설사들이 노리고 있는 만큼 여의도 한양아파트 이상으로 치열하게 수주전에 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