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프트업, 금감원 제동에 '상장 연기'…'원 게임 리스크' 발목

2024-06-12     곽민구 기자

컨슈머타임스=곽민구 기자 |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게임 개발사 시프트업이 상장을 추진하던 중 뜻밖의 암초를 만나 제동이 걸렸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시프트업에 기간 정정 요구를 했고, 시프트업이 정정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상장이 약 2주 이상 늦춰지게 된 것이다.

이번 일정 연기는 하나의 게임에만 의존하는 이른바 '원 게임 리스크'가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하나의 큰 히트작을 가진 '원 히트' 게임사들이 상장 이후 주가가 급락하거나 폐지되는 사례가 많았던 만큼 상장 시 투자 위험성이 크다는 시선이 다분하다.

'스텔라 블레이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호평 받으며 출시 초반 준수한 판매량을 달성했으나, 최근에는 하향 안정세를 보인다는 의견이 있는 만큼 '승리의 여신: 니케'(이하 니케)의 높은 매출 비중과 니케 실적 부진 시 투자 손해 야기 등을 상세히 명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프트업은 지난 5일 유가 증권 시장(코스피) 상장 준비를 위한 수요 예측 및 일반 청약 일정 변경 등을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일반 투자자 공모주 청약 일정은 다음 달 2~3일로, 기관 투자 수요 예측은 마감일이 27일로 변경됐다. 증권 신고서 효력 발생일은 기존 12일에서 27일로 늦춰졌다.

시프트업은 일정 연기에 대해 "상장 준비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조금 더 명확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기제출한 증권 신고서의 정정 공시 후 투자 판단을 위한 추가적인 시간을 제공하기 위해 일정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투자 판단을 위해 자진 정정을 했다는 것이다. 다만 금감원은 정정 요구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시프트업

금감원의 시프트업 상장 제동은 원 게임 리스크가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국내 게임 업계는 원 히트 게임사들이 상장 이후 주가가 급락하거나 폐지 위기를 맞이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시프트업에 앞서 상장 흥행몰이를 했던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IP(지식재산권)에 힘입어 많은 매출을 거두고 있으나, 다양성에 있어서는 약점으로 지적 받아왔다. 지난 2021년 상장 공모가는 50만원에 육박했으나, 11일 기준 현재 크래프톤의 주가는 25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원 게임 리스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사례는 '베스파'다. '킹스레이드' 신화를 쓰며 상장에 성공했던 베스파는 추가 흥행작을 내놓지 못해 결국 매각에 이르렀다. '아이 러브 커피' IP에 의존하던 파티게임즈는 2020년 9월 상장 폐지됐다.

시프트업은 지난해 매출 1686억원을 달성했으며, 니케는 이중 97.5%(1644억원)에 달하는 로열티 매출을 책임졌다. 이는 원 히트 게임사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다행인 점은 신작 스텔라 블레이드가 성공하면서 흥행력 및 게임 개발력을 증명해냈다는 점이다.

원 게임 리스크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시프트업은 핵심 투자 위험 알림문을 통해 게임 이용자 이탈 등에 따른 위험, 퍼블리셔와의 계약 해지 또는 중단 위험, 해외 시장 진출 관련 위험, 수요 예측 경쟁률 등에 관한 주의 사항을 강화했다.

향후 다양한 게임 IP를 확보해 이용자 풀을 넓힌다는 목표다.

앞서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이사는 "시프트업은 고품질 게임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개발 역량을 통해 많은 유저들의 사랑을 받는 게임들을 만들고 있다"며 "이번 공모를 통해 확보할 자금은 현재 서비스 중인 게임들의 IP를 강화하고 '위치스(Witches)' 등 신규 프로젝트의 IP를 개발하기 위해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파두 사태'로 금융 당국의 심사 기준이 깐깐해진 것 같다"며 "지난해 매출을 보면 니케 비중이 상당히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은 스텔라 블레이드 판매량을 어느 시점에 공개할 지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