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3.50%로 동결…"금리인하 시점 불확실성 커져"

2024-05-23     이지영 기자

컨슈머타임스=이지영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다시 한번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번에도 금통위원 전원 일치 결정이다.

3개월 예상 전망에선 금통위원 중 1명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봤으며, 나머지 5명은 3개월 후에도 3.50%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하반기 금리 인하 불확실성은 4월에 비해 훨씬 커져 하반기에 무조건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은 금통위는 23일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 수준(3.50%)에서 유지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2·4·5·7·8·10·11월과 지난 1·2·4월에 이어 11회 연속 동결이다.

금통위는 대외 정세에 대해선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와 폭에 대한 기대 변화에 따라 주요국 국채금리와 미 달러화 지수가 상당폭 상승했다가 반락했다"면서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주요국의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 및 통화정책 운용의 차별화 양상,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상황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경제에 대해선는 "1분기 중 수출 호조가 이어지고 소비와 건설투자도 부진이 완화되면서 성장률이 예상을 크게 상회했다. 고용은 견조한 취업자 수 증가세가 이어지는 등 전반적으로 양호한 상황"이라고 봤다. 

이에 한은은 "앞으로 국내경제는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소비는 2분기 중 조정됐다가 하반기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올해 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2.1%)를 상당폭 상회하는 2.5%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향후 성장경로는 IT 경기 확장 속도, 소비 회복 흐름, 주요국의 통화정책 등에 영향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국내 물가는 4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개인서비스 및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 둔화 등으로 2.9%로 낮아졌으며, 근원물가 상승률(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2.3%로 둔화됐다. 

한은은 "단기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5월 중 3.2%로 높아졌다. 앞으로 국내 물가는 성장세 개선 등으로 상방압력이 증대되겠지만 완만한 소비 회복세 등으로 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에 따라 금년 중 소비자물가 및 근원물가 상승률도 지난 2월 전망 수준인 2.6% 및 2.2%로 각각 예상된다"고 말했다. 

향후 물가경로에 대해서는 국제유가 및 환율 움직임, 농산물가격 추이, 성장세 개선의 파급영향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으로 봤다.

금융·외환시장에서는 장기 국고채 금리가 국내외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변화에 따라 상승했다가 반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미 달러화 및 엔화 등 주변국 통화 흐름,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영향을 받으며 높은 수준에서 상당폭 등락했다고 분석했다. 가계대출은 주택관련대출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주택가격은 대체로 하락세를 지속했으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관련한 리스크도 잠재해 있다고 봤다.

금통위는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며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및 성장세 개선 흐름,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가계부채 증가 추이, 주요국 통화정책 운용의 차별화 및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양상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하 필요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하반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면서 "오히려 지난 4월보다 하반기 금리 인하 불확실성은 훨씬 더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물가를 고려했을 때 인상 가능성에 대한 입장도 전했다. 

그는 "추가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물가가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확실하게 올라간다면 당연히 고려해 봐야 되겠지만 현 상황에서는 그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이와 함께 성장률 전망이 높아진 것과 관련해선 잠재성장률보다 성장률이 더 높다고 본다면 기준금리를 왜 낮춰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현재 기준금리가 제약적인 수준에 있기 때문에 정상화시키는 작업을 해야하는 것"이라면서 "현재의 제약적인 수준의 기준금리는 물가를 계속 낮추는 작용을 하고 있다. 물가가 우리가 원하는 안정적인 수준이 된다면 제약적이있던 금리 수준을 정상화시키는 과정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난 4월 당시 소수 의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들은 앞으로 3개월 금리 수준을 전망하면서 한 명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된다는 의견을 보였고, 나머지는 3개월 후에도 3.50%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보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1명의 위원은 내수회복세가 완만하고 물가도 둔화 추세가 예상되기 때문에 선제적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봤고, 나머지 5명은 물가는 둔화의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물가 목표수준에 도달하는지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에 대해선 더욱 불확실성이 커졌음을 한 번 더 강조했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 고려'라는 것은 물가가 예상 수준이 되면 그때 인하의 '시점'을 고려하겠다는 것"이라며 "그것이 하반기에 무조건 금리 인하를 단행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금리 인하 시점은 불확실하며 인하 폭도 논의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