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조 PF 옥석가리기 내달 본격화…은행·보험 5조 뉴머니 투입
사업장 평가등급 3→4단계 강화…'부실우려' 분류 시 경·공매 등 매각 캠코펀드에 우선매수권 도입…신규자금 공급 시 건전성분류 상향 등 인센티브
230조원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연착륙을 도모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사업성 평가 기준을 강화하고 구조조정 속도를 높인다.
사업성 평가 분류를 현재 3단계에서 4단계로 세분화하고, 사업성이 가장 낮은 4단계 사업장에 대해서는 경·공매 절차를 추진한다.
은행·보험권은 PF 구조조정을 위한 '실탄'으로 최대 5조원 규모의 신대케이트론(공동대출)을 조성하고, 1조원대 캠코 펀드는 우선매수권을 도입해 자금 집행력을 높인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3일 관계기관 합동으로 이러한 내용의 '부동산 PF의 질서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 리스크가 한국경제 최대 뇌관으로 부상하자 다양한 연착륙 방안을 실시해왔다.
그러나 고금리·고물가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사업성이 극히 낮은 사업장들에 대해서도 정리가 지연되고 2금융권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치솟으며 이번 추가 대책을 내놓게 됐다.
그간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평가받아온 PF 사업성 기준을 강화해 '엄정한' 판별을 유도하기로 한 점이 기존 대책과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PF 연착륙 방안의 무게 중심을 부실 이연에서 정리로 이동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PF 부실의 과도한 누적과 이연은 정상 사업장까지 자금 경색을 초래할 수 있고 착공이 지연되면 2~3년 후 국민 주거 문제인 부동산 공급 위축으로까지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여 더 질서 있고 속도 있는 연착륙을 추진하겠다는 게 이번 대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현행 사업성 평가 등급은 3단계(양호·보통·악화우려)에서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로 세분화하고, 사업성 부족 사업장(유의·부실우려)에 대한 적극적인 사후관리를 유도하기로 했다.
'유의' 등급 사업장은 재구조화 및 자율매각을 추진하고, 사실상 사업 진행이 어려운 '부실우려' 사업장은 상각이나 경·공매를 통한 매각을 추진하도록 했다.
금융회사들은 다음 달부터 새 기준에 따라 PF 사업장을 재평가하게 된다. 금감원이 7월부터 평가 및 사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에 나선다.
금융당국은 구조조정('유의'·부실우려' 등급) 대상 사업장 규모가 전체의 5~10% 수준일 것으로 추산했다. 전체 사업장 규모(230조원)를 고려해볼 때 23조원 규모의 PF 사업장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의 재구조화·정리에 필요한 자금은 공공·민간금융이 함께 대기로 했다.
우선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충분한 은행·보험업권이 다음 달 1조원 규모로 신디케이트론을 조성해 민간 수요를 보강하고, 향후 상황에 따라 최대 5조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신디케이트론은 PF 사업성 평가 결과에 따라 경·공매를 진행하는 PF 사업장에 대한 경락자금대출, 부실채권(NPL) 매입 지원, 일시적 유동성 지원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1조1천억원 규모의 캠코 펀드의 자금 집행 제고를 위해 우선매수권 도입을 추진한다.
캠코 펀드에 PF 채권을 매도한 금융회사에 추후 PF 채권 처분 시 재매입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으로, 매도자·매수자 간 가격 협상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