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플레이스 양양이랬는데 은행 지점은 '울상'
컨슈머타임스=김지훈 기자 | 서핑 성지로 이름이 알려지면서 핫플레이스가 된 강원특별자치도 양양군은 '서울시 양양구'라는 말이 붙을 만큼 많은 사람이 서울에서 원정가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에 인구 2만명의 소도시 양양은 연간 1600만명이 찾고 있다. 하지만 사람이 많이 몰리고 소비 진작이 이뤄진 것에 비해 양양 소재 은행들의 실적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27일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간한 '9월 지역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강원 영동지역 관광객 수는 작년부터 회복세를 보였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 시 올해 영동지역 관광객 수와 관광 관련 업종 소비지출은 각각 19.3%, 22.3% 증가했다. 서비스업 전체 매출지수도 20.2%로 급증했다.
이는 해양 레저관광 수요 증가가 견인했다. 최근 들어 MZ세대를 중심으로 서핑 등 해양 스포츠 수요가 크게 늘었는데 '양양'이 그 중심이 되고 있다. 서울·양양 고속도로와 강릉선 KTX 개통 등 지리적 접근성이 개선된 점도 크게 기여했다.
강원도서 관광의 중심이 된 양양은 여름 휴가철뿐만 아니라 주말 심지어 평일에도 사람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쌀쌀해진 날씨도 방문객을 막을 수 없다. 야자수와 해먹 등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이곳에선 낮엔 서퍼와 몸짱들이, 밤엔 거대한 클럽이 돼 수많은 사람을 사계절 내내 맞이한다.
통상 사람들이 모이고 소비가 늘면 돈이 돌기 마련이고 금융업에 활기를 불어넣지만 양양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양양지점에서 근무 중인 한 행원은 "양양이 서핑의 성지가 되고 핫플레이스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하면서 내부에서도 큰 기대를 했다"면서 "하지만 기대와 달리 전년 대비 실적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관광객들의 소비가 활성화되면서 주변 상가의 수익 일부가 은행으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오히려 금리가 오르면서 주 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양양 시민들의 대출 감소로 실적이 예전만 못하다"고 덧붙였다.
인근 서핑 강습소나 카페, 주점 등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는 가게들을 보면 일하는 사람들은 양양 시민들이지만, 경영자 대부분은 서울 사람이다. 이에 정산 후 수익은 서울로 예치되는 경향이 있어 양양 소재 은행들의 입장에선 아쉬운 부분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이처럼 핫플레이스가 된 양양이지만 인근 은행들은 속이 타들어 가는 현실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역 자금 역외 유출을 막기 위해서 지역 상품권 유통 방식을 많이 쓰기도 하지만 대안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서핑 활성화'는 말도 안 된다며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봤던 양양이 소수 인원의 노력이 모여 현재는 '서핑 성지'가 됐다"면서 "지역 관공서와 은행, 주변 상가 등의 협조와 협업이 필요할 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