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동, '제2의 익선동' 상권 되나
전통적인 리테일 부동산 성공 공식 깨졌다 '도심조망' 골목 상권으로 수요자 입맛 사로잡아 새로운 상권 트렌드 잡아야
컨슈머타임스=김유영 기자 | 서울 종로구 창신동 상권이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부터 새로운 즐길 거리를 찾는 소비자층의 다양한 니즈를 사로잡으며 '제2의 익선동'으로 거듭나고 있다.
창신동 절벽마을 상권은 전통적인 리테일 부동산 성공 공식을 완전히 깼다. 과거에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 역세권 입지, 지역 인구의 소득수준 등을 비교한 뒤 상가 입지를 고려했다면 이제는 변수가 많아져 상가 성공의 필수요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17일 서울시 창신 2동 상권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이 지역 거주 인구의 60% 이상이 50-60대 중장년층이며 소비 지출은 50대 남성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 인구수는 주변 역세권에 비해 빈약해 가장 낮은 단계를 보였다. 이처럼 창신동 절벽마을은 유동 인구수, 주요 소비층, 교통 접근성, 배후지를 고려하면 상권이 형성되기에 열악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심지어 이 마을은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동묘앞역 또는 6호선 창신역에서 내려 마을버스로 갈아타거나 역에서부터 가파른 언덕 길을 15분 이상 올라가야 한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인터넷 지도를 통해 주택가 골목 사이 매장을 찾고 주차 자리가 협소해 자차를 두고 걸어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신동 절벽마을이 최근 3년 새 외부인들의 발걸음이 부쩍 잦아졌다. 나이 지긋한 동네 어르신이 거주하는 이곳이 MZ세대를 넘어 직장 동료, 가족 단위의 외지인들이 찾는 핫플레이스로 변모했다.
창신동 절벽마을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익선동 개발을 성공시킨 도시재생 공간 기획업체 글로우 서울(대표 유정수)의 역할이 주효했다. 이 업체는 지난 2020년경부터 창신동이 가진 지역적 특색을 고려해 주택가 골목집을 각기 다른 콘셉트의 F&B 매장으로 바꿨다.
홍콩 밤거리의 오래된 골목매장을 그대로 재현해낸 중식점 '창창'과 100년된 우물에 소원을 빌고 솥밥 등 정갈한 한식을 먹을 수 있는 '우물집', 구옥 안에서 먹는 한국적인 도넛집 '도넛정수', 홍콩식 푸딩전문점 '홍콩밀크컴퍼니' 등 다양한 먹거리, 볼거리가 절벽마을을 채우고 있다.
이 같은 효과로 절벽마을 일대 땅값은 2배 이상 오른것으로 추정된다. '창창','우물집','도넛정수'가 들어선 2020년에서 2021년경 3.3㎡당 1300만원에서 1500만원 수준이었다면 현재는 2500만원 이상 호가가 나오고 있다. 창신동 인근 공인중개사는 "동대문역과 가까운 곳에 족발골목, 완구 거리, 봉제 거리 등 갈곳이 많은데 젊은사람들이 절벽마을 꼭대기까지 올라가더라"라며 "동네가 뜨면서 문의는 간간이 들어오지만 매물이 없고 호가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상권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상권에 대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한 상업용 부동산 전문가는 "대단지 아파트, 오피스, 관공서 등 고정적 수요가 있는 곳에서 비싼 임대료를 내고 장사를 시작하는 분들이 많다"며 "유동 인구수가 많아 안정적인 수입을 가질 수 있지만 공식이 들어맞지 않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상가투자는 변수가 많기 때문에 발상의 전환을 통해 개척되지 않는 곳을 찾는 것도 하나의 성공 방법"이라고 말했다.
창신동 절벽마을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서울에서 창신동보다 풍경이 좋은 곳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글로우 서울도 여기에 주목했다. SNS에 인증할 만한 스토리와 남산 시티 조망권이 확보되는 곳을 찾았던 것이다. 성공적인 상권은 MZ세대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조망이 확보되는 곳에서 시작된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MZ세대들은 통유리창 카페에서 보이는 조망 하나로 전국을 누비면서 사진을 찍고 SNS로 방문 인증을 한다"라며 "그들이 느끼는 감성은 다양한 스토리가 있으면서 아름다운 야경처럼 볼거리가 보장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창신동이 가진 오래된 마을 스토리와 개별 매장의 콘셉트, 도심 조망이 시대를 따르는 상권 트렌드라고도 했다.
그러나 핫플레이스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입지가 매우 중요한데 창신동의 지리적 위치는 다른 상권 유입에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주차 자리가 넓게 확보되지 않아 상권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선 대표는 "익선동은 초기 소수의 주요 업체가 그 지역 상권을 이끌어 나갔고 이후 다른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들어와 상권이 확장됐다"며 "창신동이 익선동처럼 팽창하기에는 경사가 높고 접근성이 떨어져 입지적 제한점이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