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차기 호위함 입찰 관련 방사청 상대 가처분 신청
컨슈머타임스=박준응 기자 | HD현대중공업이 14일 서울중앙지법에 방위사업청을 대상으로 차기 호위함(울산급 배치Ⅲ) 5·6번함 건조사업 입찰과 관련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확인 등을 위한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앞서 지난 11일에는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도 신청했다.
울산급 배치Ⅲ 5·6번함 건조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신청에서 탈락한 후 방위사업청에 이의를 제기했다가 기각되자 법원의 판단을 받기로 한 것이다.
HD현대중공업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1번함(충남함)을 성공적으로 건조했을 뿐 아니라 기술점수에서도 경쟁사를 크게 앞섰음에도 불구하고, 보안사고 감점으로 수주에 실패했다"며 "이에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에 '기술경쟁에 근간을 둔 보안사고 감점규정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하며 이의제기를 신청했으나, 지난 9일 '제안서 평가 결과 이상없음'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이번 가처분 신청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방사청은 지난달 울산급 배치Ⅲ 5·6번함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오션을 선정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최종 점수는 각각 91.8855점, 91.7433점으로 근소한 차이로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됐다.
HD현대중공업은 앞서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사업 관련 개념설계 등 군사기밀을 촬영해 사내에 공유한 회사 관계자가 작년 11월 유죄판결을 받으면서 이번 입찰의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에서 1.8점의 보안 감점을 적용받았다.
HD현대중공업에 따르면 보안사고 감점이 신설된 것은 2014년 9월이었는데, 2018년 3월 국민권익위원회와 민관합동 규제개선추진단은 '감점기준이 지나치게 큰 비중을 차지해 기술 중심의 제안서평가 원칙에 어긋난다'며 방사청에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방사청은 이러한 권고를 받아들여 2019년 9월 보안사고 감점 축소, 평가 대상기간 완화 등을 골자로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업무 지침'을 1차 개정했다.
하지만 이후 관련 지침이 불과 2년여 사이 3차례나 개정됐다.
방사청은 2021년 3월 보안사고 발생 시 인당 0.1점을 추가 감점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며 2차 개정에 나섰다. 같은 해 12월에는 '기소 후 1년간' 적용되던 보안점수 패널티를 '기소 후 3년간'으로 연장하는 3차 개정이 이뤄졌다. 1년 뒤인 2022년 12월에는 4차 개정에 나서 2021년 12월 31일 이전에 기소된 경우 '기소 후 3년간'이라는 규정을 '형 확정 후 3년간'으로 수정했다.
이에 대해 HD현대중공업 측은 "2차 개정은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보안사고로 2020년 9월 기소된 후 6개월 만에 이뤄졌고, 4차 개정은 보안사고 관련 울산지법 판결이 확정된 지 불과 한 달 만에 이뤄졌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수차례의 개정으로 보안점수 감점이 HD현대중공업에만 소급 적용되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어서 '형 확정 후 3년간'이라는 규정을 적용할 경우 HD현대중공업에 대한 보안사고 감점이 언제 끝날지 그 시기조차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기술 우위와 무관하게 사실상 감점 여부로 수주가 결정된다는 지적이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가처분 절차를 통해 방위사업청에 기술능력 평가점수 등에 대한 구체적 소명을 요청하고 '방위력 개선사업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 기준'의 합리성에 관해서도 판단을 받을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 측은 "불합리한 보안사고 감점제도로 인해 사실상 특정업체의 입찰 참여를 배제시키는 효과가 발생해, 국내 함정사업은 독점 형태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국내 함정 시장은 건조 역량의 저하, 가격 상승과 혈세 낭비, 함정 수출을 위한 팀십(Team Ship) 경쟁력 약화 등의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안보 상황을 고려해 다수의 함정 건조 사업자를 유지해 온 국내 함정사업의 전략적 기반도 흔들릴 수 있다"며 "함정 건조 사업의 특정기업 쏠림현상은 K-방산 수출에도 지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가처분신청을 계기로 보안사고 감점제도가 합리적으로 개정돼 공정 경쟁의 토대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