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 '구속'…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컨슈머타임스=이찬우 기자|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회장이 9일 검찰에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조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마친 뒤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지난달 6일 조 회장은 계열사 부당지원과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검찰은 지난 6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따라 8일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됐고, 그 결과 구속이 확정된 것이다.
이는 윤석열 정부 들어 대기업 오너가 구속되는 첫 사례다. 조 회장은 한국앤컴퍼니그룹의 지주회사인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 회장이다. 자회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을 겸직하고 있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로도 잘 알려져 있다.
조 회장은 2014~2017년 계열사 MKT의 타이어 몰드를 다른 제조사보다 비싼 가격에 구입해주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하는 과정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또한 2020~2021년 박지훈 리한 대표에게 한국타이어 계열사 MKT(한국프리시전웍스)의 자금 100억여원을 부당하게 빌려준 배임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리한은 2018년 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등 자금난을 겪고 경영 사정이 부실한 상황이었지만, 조 회장은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회삿돈을 대여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 박 대표는 조 회장과 미국에서 고교와 대학을 함께 다니며 같은 '재벌 사교모임'에 가입하는 등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회삿돈을 개인 집수리와 외제차 구입 등에 사용한 횡령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조 회장이 유용한 회사 자금을 200억원대로 파악했다.
조 회장에 대한 수사는 지난해 11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고발로 시작됐다. 공정위 조사 결과 한국타이어는 2014년 2월~2017년 12월 계열사인 MKT(한국프리시전웍스)가 제조한 타이어 몰드를 다른 제조사보다 비싼 가격에 사주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한 것이 드러났다.
부당지원 기간 MKT는 매출액 875억2000만원, 매출이익 370억2000만원, 영업이익 323억7000만원을 기록했다. MKT의 매출이익률은 42.2%에 달했는데, 이는 경쟁사 대비 12.6%포인트 높은 수준이었다.
공정위는 부당 지원에 따른 이익이 한국타이어 총수 일가에게 흘러 들어갔다고 판단했다. MKT는 2016∼2017년 조현범 회장에게 65억원, 조현식 고문에게 43억원 등 108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서승화 전 한국타이어 부회장과 조현범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서 전 부회장은 2009년부터 약 10년간 한국타이어 부회장을 지냈다.
조사 결과 조 회장이 그룹의 불법 행위에 가담한 정황이 포착됐고, 조 회장의 신분은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전환됐다. 검찰의 수사는 계속됐고 지난 1월 19일 조 회장이 회사자금을 '개인 집수리, 외제차 구입' 등 사적으로 유용한 정황까지 포착됐다. 이에 조 회장 자택, 한국타이어 본사, 계열사 등 10여 곳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됐고, 이를 통해 확보한 조 회장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진행하는 등 검찰의 추가 조사 결과 배임 혐의도 추가됐다.
이번 구속의 파장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타이어 측은 그룹의 리더십 부재로 인한 경영 공백을 걱정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기업 경영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그룹의 리더십 공백과 대규모 투자 지연 및 M&A 등 신성장 동력 개발 위축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타이어의 주가는 급락하고 있다. 지난 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주가는 개장 직후 전일 대비 6.47% 급락한 3만5400원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주가는 지난 3일부터 이날까지 연속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