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서울 대형 정비사업 수주전 본격화
컨슈머타임스=장용준 기자 | 최근 미분양 증가로 인해 도시정비사업이 위축되면서 올해 분양될 아파트 물량이 크게 줄었음에도 재개발·재건축 예정물량은 2000년 이후 최대 수준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정부와 서울시의 규제 완화책들이 쏟아지면서 건설사들은 미분양 위험부담을 안고서라도 서울 주요 정비사업장의 경우 수주를 따내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가 건설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분석해 보면, 올해 분양예정인 재개발·재건축 아파트는 전국 12만8553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전체 분양계획 물량(임대 제외 총가구 수) 27만390가구 중 절반에 가까운 47.5%에 해당한다. 계획 물량이 모두 실적으로 이어질 경우 2000년 이후 최다 물량이 정비사업으로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개발·재건축 물량은 총 12만8553가구 가운데 특히 수도권이 7만5114가구로 56%를 차지했고, 특히 서울에서는 2만9480가구가 연내 분양을 앞두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정비사업 아파트는 이미 인프라가 갖춰진 구도심에 들어서기 때문에 주거환경이 비교적 양호하고 지역 내 갈아타기 수요도 꾸준한 편"이라며 "다만 고금리로 대출이자 부담이 커진 만큼 분양가 수준이 청약 성적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에는 동작구 노량진, 하반기부터는 강남, 서초, 송파, 용산 등 서울 주요지역 정비사업장의 수주전도 치열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당장 손꼽히는 서울의 주요사업장으로는 동작구에서 공사비만 1조원이 넘는 노량진1구역 재개발 사업이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곳은 노량진 뉴타운의 노른자위로 꼽히면서 분양시장 침체로 사업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도 단독입찰을 통한 수의계약보다는 경쟁을 선택하게 되는 원인으로 꼽힌다.
조합이 하이엔드 브랜드 아파트를 필수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어 '디에이치'의 현대건설과 '푸르지오써밋'을 보유한 대우건설 등과 함께 브랜드파워가 높은 '자이'의 GS건설과 '래미안'의 삼성물산까지 프리미엄 설계 등 고급화 전략으로 수주전에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하반기에 주목받는 사업장은 강남권에서는 강남구의 압구정아파트3지구(현대아파트)가 있다. 압구정3구역은 압구정 현대 1, 2, 3, 4, 5, 6, 7, 10, 13, 14차와 대림빌라트 등 전체 4065가구 규모로 '구현대'로 불리기도 한다.
압구정 6개 특별계획구역 중 노른자로 꼽히는 데다 서울시가 35층 층수제한을 없애면서 가장 활기를 띠고 있어 건설사 간 수주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어 개포주공5단지, 개포주공6‧7단지도 강남권의 주요사업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서초구에서는 서울시 신통기획 참여를 결정한 신반포2차와 참여를 철회한 신반포4차가 상반된 행보를 걷고 있는 대어급 사업장이다. 송파구에서는 잠실우성1‧2‧3차아파트, 장미1‧2‧3차가 관심을 끈다.
용산구에서는 단연 한남뉴타운에 포함된 한남4구역과 한남5구역이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한남4구역은 건축심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이미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 포스코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의 물밑 경쟁이 뜨겁다.
2500가구 규모의 한남5구역은 교통심의 단계로 시공사 선정까지는 다소 절차가 남아 있으나 한강에 인접한 지리적 이점으로 인해 GS건설과 DL이앤씨가 일찌감치 경쟁 구도를 그려왔으나, 최근 삼성물산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분양 위험이 커지고 있는 시점이라고 해도 주요 건설사들은 도시정비사업에서 손을 떼기는 어려워 생존전략을 마련하고 있다"며 "신규수주를 바라기 어려운 대구 등 지방으로 내려가 있던 수주팀을 규제가 풀리는 서울 주요사업장으로 불러들여 역량을 쏟아 부어 승부수를 던지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