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 얻은 대우건설, 절반 지은 '래미안원펜타스' 급제동 걸리나
컨슈머타임스=장용준 기자 | 대우건설이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아파트 재건축 시공에 제동을 걸 수 있게 됐다. 지난 2019년부터 시작됐던 조합과의 법적 소송에서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대우건설의 손을 들어준 영향이다. 이미 새 시공사로 선정된 삼성물산이 이곳 단지명을 '래미안원펜타스'로 명명하고 공사를 절반 가까이 진행한 상태이기에 후폭풍이 몰아칠지 주목된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지난달 말 대우건설이 신반포15차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낸 가처분 이의 소송에서 조합 측 손을 들어준 2심을 취소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우건설은 지난 2017년 신반포15차 아파트 시공사로 선정됐으나 조합과 공사비 증액 갈등을 빚다 2019년 12월 시공사 자격을 일방적으로 박탈당했다.
이후 새 시공사로 삼성물산이 선정돼 후분양제로 641가구 규모의 '래미안원펜타스' 단지를 건설하고 있다. 현재 공사 진도는 45% 수준이다.
대우건설은 시공권을 박탈당한 즉시 사업장 유치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조합 측은 사업장 인도 단행 가처분을 제기했고, 2020년 10월 삼성물산에 공사를 맡겼다.
이에 대우건설이 시공권 확인 소송과 유치권 행사를 계속하기 위한 가처분 이의 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1월 시공권 확인 소송에서 승소했다. 당시 법원은 조합 측이 주장하는 부당한 공사비 증액 요구, 착공 거부 및 사업 지연, 계약조건 위반 등의 계약 해제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아울러 조합이 시공사를 변경하려면 손해배상을 해야 하므로 조합총회를 거쳐야 했으나 이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당시 대우건설 측은 "공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조합원이 시공사 재변경으로 인한 사업 지연을 원치 않는다는 점 등을 감안해 시공 자격을 되찾는 시도는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계약 해지 과정에서 조합 집행부가 일방적으로 전권을 행사한 만큼 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에 유치권 행사과 관련한 가처분 이의 소송에서 대우건설이 승자가 된 만큼 시공권 재확보까지도 시도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지금까지 정비사업에서 조합의 힘이 강하다 보니 일부 조합 집행부의 독단적 결정으로 시공사가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당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이같은 행태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전례를 남기고 실추된 기업의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정당한 권리 행사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아파트 공정률이 절반 가까이 진행된 상황에서 시공권을 되찾아 오는 게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이곳의 설계안은 우리(대우건설)가 제출했던 게 기본이 된 것으로 알고 있어 공사를 돌려받는다 해도 큰 문제는 없다"며 "다만 사업장 반환보다 손해배상 등 현실적 대안을 찾을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시공사인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조합과 다른 건설사 간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우리는 시공사로서 문제없이 공사를 수행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이후 국내 재건축·재개발사업이 붐을 이루면서 시공권을 두고 조합과 건설사간 분쟁은 이어져 왔다.
조합은 시공사를 상대로 더욱 유리한 사업 조건을 요구하고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계약을 해지하는 행보를 보였고, 건설사는 조합 집행부와 공사비 증액 갈등을 빚으면서 시공권을 사수하기 위한 노력을 보이다가 시공권을 상실하면 법적 대응에 나서는 사례가 빈번히 반복됐다.
이 때문에 신반포15차의 사례는 업계의 주목을 받아 왔다. 서울 강남권의 알짜배기 사업장이면서 대우건설 푸르지오와 삼성물산 래미안이라는 대형 건설사 브랜드간의 자존심 대결은 물론 이후 정비사업 행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이유였다.
아울러 오랜 법적 공방 속에 엎치락뒤치락 승자가 뒤바뀌는 동안 공사 지연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조합원들과 입주예정자들이 받는 것이다 보니 어느 쪽이든 빠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 이들도 많았다.
이번 신반포15차 소송 결과를 두고 그동안 조합의 시공사 해지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건설사들이 적극적 대응에 나서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