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일가 주식담보 대출 5조…대기업 절반 이상 리스크 노출
[컨슈머타임스 장용준 기자] 국내 대기업집단의 오너 일가가 계열사 지분을 담보로 대출한 금액이 5조원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가운데 절반 이상은 이로 인한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76개 대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66개 그룹 오너일가의 주식담보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36개 그룹 오너 일가가 보유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이들 그룹 오너 일가 641명이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고, 이들 가운데 141명은 담보 대출이 있었다.
대출액은 5조3123억원이었으며, 이들이 보유 중인 계열사 주식의 29.6%를 담보로 제공했다.
이같이 오너 일가 구성원이 계열사 지분을 담보로 대출한 금액은 1년 전보다 약 4500억원 늘었다. 이는 삼성, GS, 현대중공업, 한국타이어 등에서 주로 상속과 지배구조 개편에 따라 3, 4세 들의 신규 담보 대출이 증가한 것이라는 게 리더스인덱스 측 분석이다.
통상적으로 오너 일가가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하는 것은 경영자금이나 승계자금 마련, 상속세 등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서인 이유가 많다. 이 경우 대주주 일가의 재산권만 담보로 설정하고 의결권은 인정되기 때문에 경영권 행사에 지장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주가가 담보권 설정 이하로 떨어질 경우 반대매매로 주가가 하락해 소액 주주가 피해를 볼 수 있고, 심한 경우 경영권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리스크도 안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오너 일가의 주식 담보 대출금액이 가장 많은 그룹은 삼성으로 오너일가는 계열사 보유지분 가운데 20.2%를 담보로 제공하면서 1조8871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은 삼성전자 주식 2101만주를 담보로 8500억원을 대출받아 오너 일가 중 1위였다. 반면 이재용 부회장은 연부연납(분할납부)을 위한 공탁 외에 주식담보 대출은 없었다.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오너 일가의 보유 주식 담보 대출이 없는 그룹은 현대자동차그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