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롯데카드 포기…'증권사 인수' 올인
[컨슈머타임스 김하은 기자] 롯데카드 인수전에 최종 불참을 선언한 우리금융그룹이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증권사 인수를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우리금융은 가장 유력한 롯데카드 인수 후보였기 때문에 인수 포기 배경에 대한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 7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매각주간사 JP모건이 진행하는 롯데카드 매각 예비입찰에 불참 의사를 전달했다. 이처럼 우리금융이 롯데카드 인수전에 발을 빼면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실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번 롯데카드 인수 불참으로 보유지분 20%를 넘기면서 3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우리금융이 롯데카드 인수를 포기한 배경에는 롯데카드의 몸값이 예상과 달리 크게 불어난데다 그룹 차원에서 카드사 대신 증권사 인수로 비은행권 부문을 확대하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우리금융은 대형 금융지주사 중에서 유일하게 증권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비은행 강화를 위한 계열 증권사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은 잠재 매물로 거론 중인 SK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 인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우리금융은 증권사 인수로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와 함께 다른 지주사와의 경쟁력에서도 밀리지 않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우리금융은 과거 우리투자증권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분리 매각으로 2013년 NH농협금융그룹에 증권 계열사를 내주며 비은행 부문이 약해졌다.
손태승 우리금융회장은 내년까지 우리금융 수익 중 비은행 비중을 30%까지 확대하기 위해 M&A에 적극 나설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주사 출범 후 2019년부터 우리자산운용과 ABL글로벌자산운용, 국제자산신탁을 차례로 사들였다. 지난해엔 우리금융캐피탈과 우리금융저축은행을 잇따라 인수하며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본격화했다.
이로써 우리금융은 지주 설립 당시 10% 수준이던 비은행 부문의 수익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우리금융은 올해 증권사 추가 확보로 수익 다각화를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금융의 증권사 인수 방식으로는 자체 증권사 설립과 중소사 인수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다만 신규 증권사 인가에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우리금융이 타 증권사 인수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수 있다. 잠재 매물로 거론 중인 SK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 인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미 금융권 일각에선 우리금융이 유안타증권, SK증권 등에 인수를 타진했다는 루머까지 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우리금융이 최근 충분한 실탄을 확보한 상황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복수의 중소형 증권사를 인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증권사 인수를 통해 비은행 부문을 확대하면 대형 금융 지주사 순위에도 변동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증권사 인수는 수년 전부터 계획했던 일로 그동안 증권업계가 호황이라 매물이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며 "최근 들어 증권업계 업황이 악화됨에 따라 매물이 하나둘씩 시장에 나오고 있어 회사 내부적으로 신중하게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내 증권사 인수를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사실상 비은행 수익은 증권‧보험업이 좌우하는데, 이번 증권업 인수로 비은행 부문 수익 확대를 기대해볼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