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플랜트‧신사업으로 '부활 나래'

2022-08-12     장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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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장용준 기자] 두산에너빌리티가 주력 업종인 원자력·화력 플랜트 기자재 분야 업황이 개선되면서 올해 건설사 시공능력평가에서도 29계단이나 뛰어오른 22위에 올랐다. 경영 정상화와 업황 개선으로 반등에 성공한 두산에너빌리티는 해수담수화 등 신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8400억원 규모 해수담수화플랜트 건설 공사를 수주하는 등 부활의 나래를 펼치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 시공능력평가에서 두산에너빌리티는 순위가 급상승한 건설사로 꼽힌다. 지난해 시평에서 51위에 그쳤으나 올 들어 영업이익 개선과 경영정상화 효과에 힘입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328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94% 급증하는 등의 호실적으로 22위에 올랐다. 자회사랄 수 있는 두산건설도 지난해 28위에서 24위로 4계단 올라섰다. 두산건설 역시 지난해 774억원에 그쳤던 경영평가액이 올해 3865억원으로 급상승하면서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이는 최근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 무대에서 부진을 겪은 반면 두산에너빌리티는 해외 플랜트 매출이 반영되는 산업환경설비 공사 실적 등에서 호조를 보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서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3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발 사업자인 아크와 파워의 특수목적회사(Shuaibah Three Water Desalination Company)와 8400억원 규모의 해수담수화플랜트 건설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이 사업은 홍해에 인접한 사우디 해변 도시 제다 남쪽에서 110km 떨어진 곳에 역삼투압(RO) 방식의 해수 담수화 플랜트를 건설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RO 해수 담수화는 정수기 원리와 비슷한 기술로 바닷물에 인위적인 압력을 가해 반투막을 통과시켜 염분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해수 담수화는 바닷물에서 염분을 제거해 생활용수 등 담수로 만드는 것으로 두산에너빌리티가 10년째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시장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측은 "사우디에서 매년 1~3건의 해수 담수화 플랜트가 발주된다"면서 "검증된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수주 소식과 함께 최근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도 반등하고 있다. 지난 11일 한국거래소 오후 2시 기준 전 거래일 대비 0.5% 상승한 2만350원을 기록하는 등 지난 5일부터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지속했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중 원전업계에 1306억원 규모의 긴급 일감을 공급하기로 했다는 점과 함께 다음주 원전 수출을 위한 민관 협력 콘트롤타워인 '원전수출전략추진단'을 본격적으로 가동한다는 발표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윤석열

두산에너빌리티가 정부 정책에 힘입어 부활의 나래를 펼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와 달리 윤석열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 중 세 번째로 '원자력산업 생태계 강화'를 내걸면서 꺼졌던 원전산업의 불씨를 되살리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6월 윤 대통령이 직접 창원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한 이후 해외 원전 세일즈가 강화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달 국내 최초로 유럽 국제표준 시험인증기관 TUV SUD로부터 ISO 19443 인증서를 취득했다. 이번 인증은 원자력 사업 전반에 걸쳐 안전성과 품질을 향상하기 위해 고안된 원자력 품질 관리 표준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유럽 국가 원전 운영사들이 원전 주기기 공급의 전제 조건으로 인증서 취득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두산에너빌리티가 해당 인증을 취득해 유럽 원전 시장 점유율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기존 태양광발전에 국한됐던 고정가격입찰제가 풍력발전까지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돼 두산에너빌리티의 신성장동력이 배가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지난 3일 '공급인증서 발급 및 거래시장 운영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안을 입안 예고했다. 고정가격입찰제를 기존 태양광발전에서 풍력발전까지 확대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고정가격입찰제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경쟁 입찰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공급사와 20년간 고정된 가격으로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5일 기존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사업을 4대 성장사업(가스터빈·신재생에너지·수소·차세대 원전) 중심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만일 이 제도가 신재생에너지사업에 포함되는 풍력발전에 적용되면 성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풍력발전에 고정가격입찰제가 도입되면 지난해 67MW(메가와트) 규모에 불과했던 국내 풍력 설치량이 GW 수준으로 성장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병화 유진증권투자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고정가격입찰제도가 적용될 경우 대규모 금융 조달이 용이해져 국내 연간 풍력 설치량이 GW 수준으로 성장할 확률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해상풍력을 포함한 4대 성장사업의 수주 비율을 올해(전망) 37%에서 2026년 62%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올해 풍력발전 수주 목표는 5000억원으로 연내 고정가격입찰제가 시행되면 내년부터 본격적인 성장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