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제보] '안하무인' 캐리어 에어컨 서비스에 소비자 뿔났다

"제품 불량 인정하지만 그냥 사용해라"

2022-08-10     김윤호 기자
소비자

[컨슈머타임스 김윤호 기자] 2년여 간 지속된 캐리어 에어컨의 안하무인 서비스에 소비자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내부 결함으로 비롯된 제품 불량은 인정하나 "환불 처리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제보에 따르면 소비자 A씨는 2020년 여름 캐리어 투인원 에어컨 제품을 설치했다. 해당 제품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나오지 않았지만 A씨는 갓 설치한 제품이 잘못됐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채 1년여 간 방치했다.

문제는 올해부터 발생했다. A씨는 올 초 이사를 가게 되며 이전설치 이후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A씨는 "이전설치 이후에도 시원한 바람이 나오지 않는 현상이 지속 발생됨에 따라 서비스 센터에 연락했다"며 "서비스 직원이 확인한 결과 실외기 내부 선 오설치로 비롯된 현상"이라고 말했다. 실외기 내부 EEV 컨넥터 A, B를 정상적으로 A-B로 설치했을 때는 작동이 되지 않고, B-A로 바꿔 설치했을 경우에만 작동이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비스 직원은 "잘못 연결돼도 정상 작동되면 문제없는 것"이라는 태도로 일관했다. A씨는 "정상적으로 작동이 된다 해도 어찌 됐든 문제가 있는 제품을 그대로 사용하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A씨는 더 이상 해당 제품을 사용하고 싶지 않아 3~4개월 간 고객센터에 기계회수 및 환불을 요구했으나 서비스 직원은 "그냥 사용해도 된다. 회사의 정식 지침"이라며 냉소적인 태도를 보였다. 해당 기간 동안 A씨는 본사 측으로부터 어떤 답변도 듣지 못했다.

전전긍긍하던 A씨는 지난 8일 캐리어 에어컨 측과 통화를 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환불은 불가"였다. 캐리어 에어컨 측 입장을 종합해보면 제품이 불량인 것도, 실외기 내부 선에 문제가 있는 것도 인정하지만 내부 선을 바꿔서 설치하면 정상 작동하니 환불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단 어느 정도의 과실을 인정해 1년 무상 애프터서비스(AS)를 약속했다.

이같은 캐리어 에어컨 측 입장에 대해 소비자 A씨는 "제품이 불량인 것은 인정하면서 환불은 해줄 수 없다는 식의 태도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언제 고장 날지도 모르는 상태 속에서 제품을 계속 사용하라는 것이냐"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A씨는 "제품 문제뿐만 아니라 2년여 간 캐리어 에어컨의 떠넘기기 식 애프터서비스에 치가 떨린다"며 "더 이상 캐리어 에어컨의 제품을 사용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본지는 캐리어 에어컨 측의 해명을 반영하기 위해 수차례 전화와 메일, 메시지를 보낸 끝에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초기 답변에서 캐리어 에어컨 측은 "현재 A 씨의 제품은 정상 작동되고 있기 때문에 1년 무상 AS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기자가 '제품이 불량이지만 정상 작동만 된다면 소비자가 그냥 사용해도 되는 것이 회사의 정식 지침'이냐고 질문하자 캐리어 에어컨 측은 "내부 논의를 거친 결과 A씨가 사용하는 제품에 대한 환불 조치 결정을 내렸다"고 뒤늦게 입장을 번복했다.

A씨는 "수개월 간 환불조치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이다가 언론에서 나서자 뒤늦게 입장을 바꾼 것 같다"고 말했다.

캐리어 에어컨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본지 제보란을 확인한 결과 지난해 10월 소비자 B씨는 에어컨에 문제가 발생하자 서비스 직원을 불렀다. 서비스 담당자는 수리는 진행하지 않은 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에어컨을 싸게 줄 테니 비용을 좀 더 들여서 사는게 어떠냐"며 판매 제안을 해 왔다. B씨가 이를 거절하자 서비스 직원은 "본사에 전화하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이 외에도 캐리어 에어컨과 관련해 "고가의 제품을 판매하고 AS는 나 몰라라 하는 경향이 많다"는 제보가 주를 이뤘다.

캐리어 에어컨 측은 일련의 사건에 대해 "고객 서비스와 관련, 미흡했던 점에 대해 고객 분들께 사과한다"며 "고객을 위한 캐리어 에어컨이 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