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가치 다 잡은 '대체육'의 진화

식품업계, 대체육 제조 기술 확보 및 고도화 노력 지속 중

2022-07-13     안솔지 기자

[컨슈머타임스 안솔지 기자] 최근 식품기업들이 선보인 대체육이 환경·동물권 보호 등 '가치소비'의 영역을 넘어 '맛'으로도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농심과 풀무원이 운영 중인 비건 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과 '플랜튜드'가 대표적이다. 농심 포리스트 키친은 6월 한 달간 방문객 1000명을 돌파했다. 사전예약제로 운영하는데 주말 예약률은 100%에 달했다. 풀무원 플랜튜드의 지난달 누적 방문객 수는 대략 5000~7000명으로 특히 2030세대 여성들의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선 양사는 비건 레스토랑이라는 콘셉트로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며 "또 대체육을 활용한 메뉴들도 누구나 거부감 없이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하면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체육이 소비자들에게 '맛'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실제 고기와 유사한 맛과 질감 등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농심은 1984년 짜파게티 출시부터 대체육에 대한 관심을 이어온 끝에 관련 핵심 제조 기술을 보유하게 됐다. 짜파게티의 건더기스프 속에 들어 있는 작은 고기가 바로 콩으로 만든 대체육이다.

농심은 현재 '고수분 대체육 제조기술(High Moisture Meat Analogue, HMMA)' 공법을 사용하고 있다. 실제 고기와 유사한 맛과 식감은 물론 고기 특유의 육즙까지 구현해내는 공법이다. 농심은 해외에서 이미 개발된 설비를 그대로 가져오지 않고 독자적으로 HMMA 설비를 개발했다. 향후 제품 품질 개선과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설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체육 개발에는 농심이 지난 50여년간 쌓아온 연구·개발(R&D) 기술력이 밑바탕이 됐다. 대체육은 콩 단백질 분말을 고온고압으로 성형 틀을 통과시켜 뻥튀기처럼 뽑아내는 원리를 응용했다. 이후 냉각 과정을 거치며 육류 각각의 고기 결까지 만들어낸다. 

농심은 대체육을 활용한 제품들을 선보이는 비건 브랜드 '베지가든'도 론칭했다. 이를 통해 편의점부터 고급 레스토랑 메뉴까지 비건 브랜드가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식물성 지향 식품 선도 기업'을 지향하는 풀무원 역시 자체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풀무원의 식물 대체육은 콩에서 추출한 '식물성조직단백(Textured Vegetable Protein, TVP)' 소재를 가공해서 만든다. 보통 콩에서 추출한 TVP는 콩 비린내가 많고 식감이 질기다. 이를 고품질의 대체육으로 완성하기 위한 TVP 가공 기술력 확보를 위해 힘쓰고 있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식음료 원료 개발 선두 기업인 IFF(International Flavors and Fragrances) 한국법인 다니스코뉴트리션 앤드 바이오싸이언스, 글로벌 식품소개 전문기업 인그리디언 코리아 유한회사와 'TVP 품질 구현 및 개선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또 풀무원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한 '대-스타(대기업-스타트업) 해결사 플랫폼' 사업에 대기업 수요 기업으로 참여해 스타트업과 함께 TVP 개발 과제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나오는 제품들은 초창기 대체육과 달리 품질이 개선되면서 채식주의자 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며 "대체육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육류와 대체육을 함께 소비하는 트렌드가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또한 대체육 시장의 미래를 밝게 내다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세계 대체육 시장 규모는 2015년 4조2400억원에서 올해 6조1900억원으로 커졌다. 2023년에는 7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대체육이 2030년 전 세계 육류 시장의 30%를, 2040년에는 60% 이상을 차지해 기존 육류 시장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