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설계·불통 못참아" 힐라송 입주민들, RBDK 본사 앞 시위
[컨슈머타임스 장용준 기자] '라피아노'를 설계한 시행사인 RBDK가 부실 설계와 불통 논란에 휩싸였다. 내년 1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고양시 삼송지구 '힐스테이트 라피아노 삼송'(약칭 힐라송) 입주예정자들이 길거리 시위에 나선 것이다.
힐라송 입주예정자들은 "안전 우려와 사생활침해 문제는 물론 테라스 크기 등 개선키로 합의한 사안을 추후 설명 없이 번복하는 RBDK의 말바꾸기 행태가 문제"라는 입장이다. RBDK가 인근 우미라피아노 등 앞서 설계한 단지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일어난 바 있어 관심이 쏠린다.
힐라송 입주예정자 협의회(입예협)는 19일 오전 11시 서울특별시 강남구 강남구청역 인근 RBDK 사옥 앞에서 항의 시위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입주예정자 50여명이 참석해 RBDK의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했다.
입주예정자들은 △일부 전면동의 테라스가 낮은 지대에 지어지고 있어 오금천 범람시 침수 피해가 있을 수 있고 △외부인들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어 사생활 침해를 빚을 소지가 있으며 △네모꼴 나선형 계단 설계가 추락 위험을 간과했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이날 시위에선 RBDK의 부실 설계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RBDK는 한 채가 4층으로 이뤄진 힐스테이트라피아노 세대 중 1층에 주거공간이 있지 않은 세대엔 1층 난방 배관을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 사람이 드나드는 공간인만큼 최소한의 난방은 필요하며, 결로와 이에 따른 곰팡이 이슈 등 생활 불편이 우려된다는 게 입주민들의 입장이다.
임예협은 해당 이슈와 관련해 RBDK가 시공사인 현대건설의 요청도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임예협은 "현대건설은 입주예정자로부터 민원이 제기되자 RBDK측에 '난방 배관 공사 착수 이전에 난방 추가 설치에 대한 의사결정을 해달라'고 요청했다"면서 "하지만 RBDK는 난방 배관 공사 착수 시점까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으며, 현재 초기 설계대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말바꾸기 논란도 제기됐다. 계단 난간 높이 논란이 대표적으로 힐라송의 경우 설계상 계단 사이에 1평방미터 가량의 빈 공간이 존재하고, 다락방 기준 바닥까지의 높이는 10m가 훌쩍 넘는다. 이에 입주예정자들은 어린이나 반려동물이 추락할 수 있다며 추가 안전 대책을 요구해왔다는 입장이다. RBDK도 이를 고려해 계단 난간 높이를 90cm에서 120cm로 변경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으나 추후 공문을 통해 '초기 설계안대로 90cm난간을 시공하겠다'고 번복했다는 게 임예협의 주장이다.
입주예정자들은 RBDK의 이 같은 태도가 결국 '부실 입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입예협 관계자는 "불과 한 달 전인 4월 대면 회의에서 개선하기로 약속했던 사안을 5월 초 공문을 통해 뒤집은 것"이라며 "RBDK측을 더 이상 신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RBDK 측은 부실 설계라는 주장에 선을 그으면서 "이번 사안과 관련해 입주민들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고 주요한 요구들은 검토중"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