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또다시 17만 소액주주 '희망 고문'…거래 재개 위해 '올인'
[컨슈머타임스 김지훈 기자] 신라젠이 재차 개선기간을 부여받으며 상장폐지를 면했다. 하지만 소액주주 17만명의 '희망 고문' 역시 6개월 더 이어가게 됐다.
이에 따라 신라젠은 기간 내에 기업가치 제고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했다. 회사는 펙사벡의 주요 연구 및 신규 항암바이러스 플랫폼 SJ-600 개발 등에 전력을 다해 상장폐지를 면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신라젠이 한국거래소에 납득 가능한 회생 의지를 보여줄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8일 코스닥시장위원회의 심의·의결에 따라 신라젠에 대해 개선기간 6개월을 부여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개선기간이 종료되면 재차 시장위의 심의·의결을 거쳐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한국거래소 측은 "개선기간 종료일인 8월 18일로부터 15일 이내에 신라젠은 개선계획 이행내역서, 개선계획 이행결과에 대한 전문가 확인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한국거래소는 신라젠의 서류 제출일로부터 20일 이내에 다시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열어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의결하게 된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이 기간 동안 신라젠의 주식거래는 정지된다.
신라젠 17만4186명에 달하는 소액주주들 입장에서는 희망 고문이 다시 시작된 셈이다.
그들은 지난 1년 8개월간 거래가 정지돼 긴 시간을 인내해왔다. 또한 1년 간의 개선기간 동안 희망을 품었지만 기업심사위원회로부터 상장폐지 소식을 들어야 했다. 이후 또 다시 듣게 된 말이 개선기간 6개월이다.
매도도 할 수 없는 답답한 상황에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더해져 또 6개월을 버텨야 하는 입장이다.
신라젠의 한 소액주주는 "한국거래소는 신라젠에 대한 심의 결과를 상장폐지로 결정했다"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게재했다.
글을 올린 소액주주는 "한국거래소의 의도는 주주들의 투쟁에 대해 시간 끌기와 신라젠 상장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거래재개를 위한 요구사항만을 늘어놓고 있다"며 "신라젠과 개인투자자들에게 가스라이팅과 희망고문을 하고 있을 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직접적인 피해자 17만명과 그들의 가족들은 아무런 이유 없이 이 상황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라며 "투자자로서 회사(신라젠)를 원망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신라젠은 거래재개를 위한 동아줄을 잡은 만큼 6개월의 시간 동안 연구 및 플랫폼 개발 의지 등을 내비치며 한국거래소에 회생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신라젠은 앞서 이미 최대주주 변경을 통해 재무안전성을 확보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임상을 지속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는지와 임상을 지속할 의지가 증명된다면 거래재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신라젠은 2020년 11월 거래소에 제출한 계획서에서 펙사벡 신장암 임상을 2021년까지 종료한다고 했다. 하지만 파트너사인 미국 리제네론과의 협의로 시장성이 큰 임상 D군(면역관문 억제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군)으로 넓혔다. 신장암 임상은 총 4개(A~D)군으로 나눠 진행된다.
소액주주들은 임상을 조기에 종료하는 대신 시장 규모가 더 큰 D군까지 확대하기로 전략을 수정한 것은 병용 약효가 기대 이상이고 영업의 존속 여부를 증명하는 길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신라젠은 지난 2017년 미국 리제네론과 신장암 임상 관련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한 후 한국, 미국 등 17개 임상기관에서 펙사벡 신장암 2상을 진행하고 있다. 펙사벡과 리제네론의 면역항암제(리브타요)의 병용 연구다. 흑색종 또한 중국계 제약사 리스팜과 공동으로 연구하고 있다. 추가 라인업인 항암바이러스 플랫폼 'SJ600'의 경우 전임상 중에 있다.
장동택 신라젠 대표이사는 "신라젠은 개선기간 동안 회사의 개선과제를 성실하게 이행해 거래 재개를 이루어 낼 것"이라며 "현재 펙사벡의 주요 연구 및 신규 항암바이러스 플랫폼 SJ-600 개발 등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