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저신용자' 코로나・대출규제로 대출난 심화
[컨슈머타임스 박현정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여파로 저신용자들의 생활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가운데 지난해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강화하면서 저신용자들의 자금줄이 막힌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법정 최고금리가 낮아지면서 대부업체마저 대출을 줄여 저신용자들의 대출 문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가계신용대출 규모가 3억원 이상인 저축은행 40곳 중 12곳이 신용점수 600점 이하 저신용자에게 신용대출을 취급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신용 대출비중이 1% 미만인 저축은행도 11곳으로 집계됐다.
신용정보원이 최근 보고서를 발표한 것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경우 신용대출의 절대수가 중신용자(76%), 저신용자(21%)에 분포하고 있다고 있다. 또한 저축은행 신용대출 차주 10명 중 6명 이상이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보유한 다중채무자이며 이들 비중은 2018년 60%, 2019년 63%, 2020년 65%, 2021년 66%로 매년 상승하고 있다.
저축은행업계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와 수익성 재고 사이에서 상환 능력이 보다 우수한 고신용 및 중신용자 위주로 영업할 수밖에 없다. 올해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상한선은 회사별로 10~15% 수준으로 강화됐으며 2금융권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는 60%에서 50%로 낮아졌다.
아울러 지난해 7월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20%로 줄면서 대부업체도 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이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대부업계 대출잔액은 14조5141억원으로 2020년 12월말 대비 277억원 감소했다. 이 중 담보대출이 51.9%(7조5390억원), 신용대출이 48.1%(6조9451억원)으로 담보대출이 신용대출을 앞질렀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 2018년 법정 최고금리가 연 27.9%에서 24%로 인하됐을 때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2019년 기준 대부업 신규 대출액은 4조922억원으로 최고금리 인하 전인 2017년보다 41.8% 감소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7월 법정 최고금리 인하 당시 31만6000명(2조원 규모)의 민간금융 이용이 축소되고 3만9000명(2300억원 규모)이 불법 대출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한 바 있다.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 저신용자들은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나거나 대출 사기의 피해자가 되는 것도 문제로 지목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2019년 하반기 대비 2020년 상반기 대출 사기 피해 신고 건수는 30%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저금리 대환대출, 통합 대환대출 등을 빙자한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 건수 역시 32.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3월 말 코로나19 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원리금 상환유예 조치가 만기될 경우 자영업자 등 취약차주들의 자금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지난달 19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3월말 원칙적으로 종료하겠다"면서 "자영업자들이 급격한 일시상환 부담을 겪거나 금융이용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하와 총량 규제 등으로 회사에서는 수익 추구 차원에서 우량차주를 발굴하다보니 고신용자 혹은 중신용자 쪽으로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전반적인 규제 등으로 인해 저신용자들이 아웃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가고 있는 중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