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 낸 은행권,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압박↑

소상공인·자영업자 및 '빚투'에 따른 부실 위험 증가

2022-01-28     박현정 기자
기획재정부가

[컨슈머타임스 박현정 기자] 지난해 기준금리 상승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반사이익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해 4대 금융지주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금융당국이 대손충당금 규모 확대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어 지난해 실적 추이가 주목된다.

27일 금융정보업체 와이즈리포트에 따르면 KB·신한·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순이익(추정)이 14조4763억원으로 전년(1조8143억원)보다 33.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지주는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한 4조4568억원, 신한금융지주는 같은 기간 23.8% 증가한 4조2264억원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지주는 25.3% 증가한 3조3053억원 순이익을 거뒀고 우리금융지주는 전년 대비 90.3% 증가한 2조4878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은행권 수익성 평가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올해 연간 10bp(1bp=0.01%p)가량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지주들의 역대급 실적은 한국은행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강화로 대출금리가 올라 예대마진(대출이자-예금이자)이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대출이 급증한 데에 따른 대출 부실 위험도 상승하고 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 예고와 우크라이나발 지정학적 우려에 증시가 흔들리면서 그간 '빚투'(빚내서 투자) 등으로 시장에 투입된 자금의 상환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코로나19 확진자 규모가 줄어들지 않아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막대한 부채도 위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는 오는 3월 말 만료된다. 지난해 11월말 기준 만기연장이 258조2000억원, 원금유예가 13조8000억원, 이자유예가 2354억원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서비스·제조업 323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의 87%가 추가 연장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은 887조6000억원에 달하며 자영업자 가운데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는 27만2308명가량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유예 조치를 오는 3월 말 원칙적으로 종료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대출 증가로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인 은행들도 잠재부실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에 대손충당금을 추가 적립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5조713억원이다. 2020년 말 4대 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5조4004억원이다. 4대 은행의 고정이하여신도 4조1555억원에서 3조1461억원으로 감소했다.

다만 역대급 실적으로 금융지주들이 주주 이익 환원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손충당금을 늘리면 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이 줄어들 수 있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광수 은행연합회회장은 지난 26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대손충당금에 더해 대손준비금까지 쌓고 있어 결코 적은 수준이 아니다"고 응수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충당금이 증가되더라도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추가 충당금 규모가 2021년 연간 충당금 전망치의 10%로 가정하면 연간 순이익은 약 2.8% 감소하는 수준이며 주당배당금은 약 0.7% 감소해 큰 영향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손충당금을 쌓으려면 기본적으로 고정이하여신을 고려해 일정 비율만큼 쌓아야 하는데 무작정 충당금을 많이 쌓으라고 하니 은행권은 당혹스러워 하는 것 같다"면서 "충당금 규모와 관련해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