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은 MZ세대 파악 중…'Young한 은행' 되나
메타버스·디지털 인재 육성·MZ직원 자치 조직 등 환경 조성 열의
[컨슈머타임스 박현정 기자] MZ세대가 사회소비 활동의 핵심 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세대 변화에 맞춰 메타버스(Metaverse) 등을 활용한 소통창구를 만들고 젊은 직원들에게 디지털 교육을 지원하는 등 디지털 혁신에 힘 쏟고 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MZ세대는 전체 인구의 약 33%를 차지하며 2030년에는 전체 소비의 55%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디지털 환경이 익숙한 이들은 변화와 재미, 간편함을 추구하는 특성 때문에 소비와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전통적 금융체계를 가진 은행은 MZ세대 고객을 공략하기 위해 은행 내부 MZ세대 직원들부터 파악하기 시작했다.
현재 은행들은 '메타버스 홀릭'이다. '메타버스'는 아바타를 통해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을 할 수 있는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지난 7월 하나은행의 신입행원들은 네이버가 개발한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활용해 가상 '하나글로벌캠퍼스'를 구현하고 오프닝 행사를 통해 소통했다. 우리은행은 권광석 은행장과 MZ세대 직원들이 메타버스 공간에서 만나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고, KB국민은행은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에 'KB금융타운'을 오픈해 영업점, 홍보·채용 상담 부스 등을 마련했다.
이에 대해 은행권 관계자는 "메타버스를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에 이은 또 하나의 비대면 채널로 보고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가능성을 파악하고 있다"며 "은행이 나중에는 메타버스의 공간을 담보로 대출을 할 수도 있고 아이템을 판매·중개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은행들은 디지털 혁신을 꾀하지 않으면 빅테크와 핀테크는 물론 금융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도태되는 상황에 처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중은행들은 3~4년 전부터 디지털금융 분야 인력을 키우는 데 주력해왔다.
국민은행은 젊은 직원들을 선발해 코딩, 프로그래밍, 블록체인, 빅데이터 분석 등을 위한 사내 연수와 대외 MBA 과정을 제공해왔다. 신한금융은 2017년 고려대와 산학협력을 맺어 대학원 디지털금융공학과정을 신설하고 디지털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은행의 물리적 공간은 사실 의미가 없고, 다른 은행들이 화상 통화를 한다고 하지만 나중에는 화상 통화나 메타버스 영업점 안에 있는 직원들도 AI 머신이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력 확보뿐 아니라 MZ세대를 파악하기 위해 사내 전담 조직을 구성해 내부부터 변혁을 꾀하는 곳도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6일 디지털경험본부 조직 내 '디지털혁신TFT'를 신설했다. 온택트, 가상현실 등의 환경에 익숙한 MZ세대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다.
신한금융지주는 10명의 MZ세대 직원들이 자치적으로 조직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후렌드 위원회'를 지난 4일 만들었다. '후렌드 위원회'를 통해 조직 문화 개선점이 발의되면 신한금융지주 측에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개선할 계획이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후렌드 위원회'에 대해 "MZ세대는 MZ세대인 직원들이 제일 잘 안다"며 "지주 특성 상 연령대가 높아 젊은 오피니언 리더들이 조직이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 그룹사 임직원들도 (MZ세대를) 공부하고 있고 MZ세대 고객들을 잡기 위해 여러 가지 이벤트도 열고 있지만 MZ세대 직원들을 주축으로 내부 조직원들이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