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역대 최대…하반기 대출 더욱 죈다

무주택자·전세대출자 등 실수요자 집중해 물량 관리

2021-07-29     박현정 기자

[컨슈머타임스 박현정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이 1년 반째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가계대출이 임계점에 다다랐다. 금융당국의 점검 하에 금융권들이 가계대출을 줄이고 있어 하반기는 대출받기가 더욱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4일 발표한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해 말보다 41조6000억원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2금융권까지 포함하면 증가액은 63조3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부채가 급증하게 된 원인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생계형 대출도 크지만 2030세대의 주식·가상화폐·부동산 투자 열기가 큰 몫을 했다.

27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연령대별 대출현황'에 따르면 20대의 은행 대출은 2019년 4분기 말 32조7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43조6000억원으로 33.3% 증가했다. 30대 역시 같은 기간 180조8000억원에서 216조로 19.5% 늘었다.

은행 대출 가운데 20대의 주택담보대출은 올해 1분기 말 31조4000억원으로 38.9% 증가, 30대는 동 기간 126조9000억원에서 151조4000억원으로 19.3% 늘었다. 은행 신용대출 증가율 역시 20대(18.6%), 30대(20.1%)로 40대(15.6%), 50대(12.2%), 60대 이상(12.6%)보다 훨씬 높았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1금융권에 가계대출 관리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은행권은 올해 상반기 우대금리를 내리고 개인신용대출 한도를 조정했다. 뒤이어 하반기에도 신규 가계대출을 더욱 조일 전망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 3월 전세대출 우대금리를 0.2%포인트 인하했다. 이어 우리은행은 지난 6월 중순부터 5개 신용대출 우대금리를 0.1~0.5%포인트 축소했다.

상반기 가계대출이 5.8% 증가한 NH농협은행은 타행보다 대출 조이기에 적극적이다. 지난 3월 주택담보대출 우대금리 0.2%를 없애고 지난 6월 모기지신용보험대출(MCI), 모기지신용보증(MCG) 상품을 취급 중단했다. 또한 전세대출과 신용대출, 주택 외 부동산담보대출의 우대금리를 0.1~0.2%포인트 줄였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5개 은행이 지난 6월 취급한 신용대출의 평균금리는 연 2.81~3.53%다. 지난해 3~5월 한국은행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낮춘 뒤 은행 대출 금리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던 지난해 7월은 평균금리가 2.38~2.85%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우대금리를 축소해 금리를 인상하고 대출을 조절하는 것은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계부채 관리 계획에 따라 실수요자들에게만 집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반기에도 무주택자, 전세자금대출자 등 실수요자 위주로 대출 물량을 관리하는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더구나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황으로 시중은행들은 금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금리 인상이 있더라도 가계부문의 리스크가 급증할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2010년처럼 단기간에 금리 인상이 여러 차례 이뤄지면 2022년 이후 저신용자, 다중채무자, 자영업자 중심으로 가계 부실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