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카드사 맞손…'오픈페이'로 빅테크 대항

각사 간편결제시스템 개방

2021-05-14     이연경 기자

[컨슈머타임스 이연경 기자] 신용카드사들이 손잡고 '오픈페이' 서비스를 구축한다. 네이버·카카오페이 등 빅테크로의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서다. 소비자들은 이르면 올해 안에 앱카드(카드 간편결제시스템) 하나만으로 모든 카드 결제를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국내 9개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하나·롯데·우리·BC·NH농협)는 최근 '앱카드 상호 연동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규격' 개발을 통해 오픈페이를 구축하기로 했다.

현재 각 카드사의 페이 앱은 자사 카드 결제용으로만 쓰인다. 그러나 간편결제 앱이 타사 카드에 개방되면 타사 카드를 앱에 등록해 결제할 수 있게 된다. 간편결제 앱을 하나만 깔아도 여러 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카드사들이 합심하는 이유는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의 가파른 성장에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카오페이의 올 1분기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58% 성장한 22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13일 마이데이터 예비 허가를 획득해 관련 서비스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성장을 더욱 거듭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네이버페이 결제액도 작년보다 56% 성장한 8조4000억원의 실적을 냈다. 특히 네이버페이는 지난달 신용카드 방식의 '후불결제 서비스'를 시작해 카드업계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이 서비스의 한도는 최대 30만원이지만 향후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는 결제 수단에 모든 카드사들의 카드 등록이 가능하다. 이에 카드사들은 연내 오픈페이를 개발해 각사의 고객 이탈을 방지할 계획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가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의 위협에 대응하려면 각사의 유불리에 매몰되기보다는 개방과 연결로 강력한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은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들이 서비스를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각사의 시스템을 호환·연계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 기술적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오픈페이가 시행될 경우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결제 수단이 늘어나 소비자 유입을 확대할 수 있는 건 장점이지만, 중소형 카드사와 대형 카드사간 양극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시스템 운영 주체와 소비자가 사용하는 카드사가 다를 경우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아직은 초기 개발 단계지만 고객 서비스로 구현된 이후에도 합의점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