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극

판토하 / 김영사 / 3만2000원

2021-05-12     이연경 기자

[컨슈머타임스 이연경 기자] 18세기 조선 지식인들의 사랑을 받으며 서학(西學) 열풍을 불러일으킨 책이 있다. 7가지 죄종(罪宗)을 극복하는 방법을 담은 <칠극(七克)>이다. 저자는 죄악의 근원이 되는 인간의 7가지 마음과 이를 극복하는 7자지 덕행(德行)에 대해 얘기한다.

저자 판토하(Diego de Pantoja)는 스페인 선교사다. 동방 선교의 꿈을 안고 1601년 명나라에 들어온 그는 천주교 박해로 추방되기 전까지 19년간 중국에 머물면서 전교 활동에 헌신하는데, <칠극>(1614년)의 집필은 그 활동의 일환이었다.

<칠극>은 7가지 갈래로 구성됐다. 인간이 저지르기 쉬운 7가지 마음의 병을 제시하고, 이에 따른 7가지 해법을 이야기한다. '교만'에 맞서는 '겸손', '질투'를 이기는 '사랑', '탐욕'을 없애는 '관용', '분노'를 가라앉히는 '인내', '식탐'을 누르는 '절제', '음란'의 불길을 식히는 '정결', '나태'를 깨우는 '근면'이 그것이다.

저자는 성경의 내용과 개념들을 유가적 술어를 빌려 서술했다. 신유학의 사단칠정론 같은 윤리학의 기본 범주와 연결하고, 천주교의 수양 및 윤리서가 동양의 유교적 지식인들에게 자연스럽게 접속되는 통로를 만들었다.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삶은 왜 고통스럽고, 어떻게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바른 삶의 길은 어디에 있는가? 욕망은 우리의 삶을 어떻게 해치는가? 지혜로운 삶을 살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칠극>은 수많은 물음에 궁극적 해답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