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불어 닥친 '네이버' 태풍의 이면

네이버의 금융업 진출…혁신의 메기냐, 리스크의 메기냐

2020-06-29     임이랑 기자
사진=네이버

[컨슈머타임스 임이랑 기자] 네이버의 금융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의 금융권 진출이 파죽지세다. 네이버 통장으로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은데 이어 대출과 보험시장에도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고 있다.

금융업계는 네이버의 금융진출이 금융권의 혁신을 불러올 '메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일각에선 네이버가 금융당국의 규제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금융권의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 네이버, 네이버통장에 보험·대출까지…금융업 진출 '교두보'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 8일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환매조건부채권 기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상품을 출시했다. '네이버 통장'이라 불리는 이 상품은 예치금 보관에 따라 최대 3% 수익률과 함께 통장과 연결된 네이버페이로 충전·결제 시 최대 3% 포인트의 적립 혜택을 제공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소액 신용카드 서비스라 할 수 있는 '네이버 후불 결제 서비스' 출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쇼핑에서 구입한 물건의 결제를 사후에 할 수 있는 서비스로 네이버파이낸셜이 신용카드 사업에까지 나섰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네이버는 신용카드업 면허가 존재하지 않아 카드사는 아니지만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해 통과될 경우 길게는 4년간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이와 함께 네이버파이낸셜은 대출과 보험시장에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 4일 금융당국에 스마트스토어 판매자 신용대출 지정대리인으로 선정됐다. 금융규제 샌드박스의 일환인 지정대리인은 기업이 금융회사와 계약을 맺고 예금 대출 심사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따라서 네이버가 미래에셋캐피탈과 손잡고 네이버페이를 사용하는 개인고객 및 소상공인들에게 대출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네이버는 올해 하반기 보험상품을 내놓을 방침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올해 3월 이사회를 통해 'NF보험서비스'라는 법인 설립을 의결한 상황이다.

◇ 네이버의 금융진출, 혁신 아닌 리스크 메기되나

네이버파이낸셜이 선보인 네이버통장은 '통장'이라는 이름 때문에 많은 금융소비자에게 예·적금 상품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네이버통장은 일반적인 시중은행의 통장이 아닌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연계돼 있다.

CMA는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증권사 통장인데 해당 통장의 잔고를 가지고 다른 금융 상품에 투자하고 그 수익을 고객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네이버통장은 안정형 채권에 투자하기 때문에 부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예금자보호법을 적용받은 기존 시중은행 통장과는 다르다.

지난 11일 금융감독원은 네이버통장에 대해 빅테크 이름을 내세운 상품가입시 해당 플랫폼은 상품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언급했다. 즉 '네이버통장'이 아닌 '미래에셋CMA통장'이라는 것이다.

사진=네이버파이낸셜

시중은행 관계자는 "네이버통장은 기존 은행통장하고 개념이 다르다"며 "CMA통장은 수시입출금식 통장이 아닌 투자 상품이니 3%의 수익률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네이버통장이 CMA임을 알 수 있는 문구가 상품명에 확실히 명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네이버통장의 출시가 시중은행이 아닌 카드업계에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네이버통장은 네이버페이로 고객을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최근 페이시장을 살펴보면 충전 방식이 신용카드와 현금 두 가지 방법이 있지만 네이버통장은 현금충전 방식을 유도하고 있다.

따라서 온라인결제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네이버통장이 카드사들의 수수료 수익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상품명이 네이버통장이라서 시중은행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지만 세부적인 내용을 따져봤을 때 오히려 카드업계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금융당국의 핀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완화도 문제로 지적된다.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성장하는 동안 기존 금융회사들은 규제와 역차별을 받으며 경쟁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글로벌 금융안정기구인 금융안정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고객 정보를 레버리지할 수 있는 빅테크 기업들의 촉수가 확대되며 금융 안정성과 경쟁, 개인정보 보호 이슈들이 위협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존 금융사와 카카오·네이버가 같은 영업을 하고 있는데 서로 다른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며 "규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금융회사에서 여전히 금융사고가 발생하는데 이제 금융업을 시작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금융 리스크는 누가 관리를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최대 온라인 플랫폼인 네이버의 보험업 진출에 대해 보험업계 반응도 시큰둥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향후 보험업을 어떻게 운영할지 알 수는 없지만 혁신이 아닌 채널의 다변화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언택트 시대가 오면 보험가입 채널이 비대면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예상은 많이 나오지만 실제로는 자동차보험을 빼고는 비대면 채널이 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