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이아리
이아리 /시드앤피드 / 1만5000원
2019-10-23 전은정 기자
저자는 가장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지는 내밀한 폭력인 '데이트 폭력'의 경험을 기록한 인스타그램 연재 웹툰과 그에 따른 댓글을 엮었다.
피해자에게 쏟아지는 화살과 가해자를 막을 수 없는 법의 허점으로 피해자들은 옴짝달싹할 수 없는 올가미에 걸린다. '이별'을 말하는 순간 폭력은 더 심해지고 가까운 이들에게 피해가 갈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남자친구가 창틀에 앉힌 뒤 두 대를 더 때린 기억, 다 읽지도 못할 폭언과 욕설로 가득한 문자들, 스토커처럼 울려대는 수십 통의 부재중 전화보다 더 끔찍한 것은 피해자의 '그 이후'다. 어느 누구를 만나도 마음을 열 수 없고 혼자 밤길을 마음 놓고 걸을 수 없다. 무엇보다 피해자들은 내 옷차림과 내 행동이 이 모든 불행을 자초한 건 아닌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비슷한 상처를 입은 피해자들을 단단히 껴안는 것은 책에 함께 실린 댓글들이다.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다. 폭력보다 우리가 더 당신 가까이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