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지훈 기자 | 국내 이동통신 3사 중 가장 많은 가입자를 보유한 SK텔레콤(이하 SKT)이 해킹 사고 이후 가입자 이탈이 속출하면서 주가도 큰 폭으로 빠지고 있다.
증권업계 일각에선 유심 해킹 위험 노출 사태 장기화에 따른 주가 하락 우려를 표명했다.
29일 오전 9시 16분 기준 SKT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800원(1.48%) 하락한 5만3100원에 거래 중이다. 유심 해킹 사태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연이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 유심 해킹 사태로 지난 26일 하루 동안 1665명의 SKT 가입자가 타 통신사로 번호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평소 대비 약 20배에 달하는 이례적인 수치로, 알뜰폰으로 이동한 이용자까지 더하면 이탈자는 더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탈자가 증가하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주가였다. SKT가 유심 해킹 위험 노출을 공식화한 지난 21일 이후 일주일 동안 이번 사태로 인한 주가 영향은 미미했다. 하지만 가입자가 이탈이 가속화되고 2차 피해 우려가 커지자 주가는 급락하기 시작했다.
전날 SKT의 종가는 6.75% 급락한 5만3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유심 해킹 위험 노출을 공식화한 21일 이후에도 4거래일 상승세를 나타냈던 것과는 대조됐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전날 유심 해킹 위험 노출 장기화 우려가 주가에 반영되면서 급락하는 모습을 나타냈다"라면서 "언론과 SNS를 중심으로 유출 정보를 악용한 불법 복제 폰 개설, 금융사고 우려 등이 부각됐고 특히 주말 간 가입자 이탈이 현실화할 조짐이 관찰되면서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라고 설명했다.
![[사진=김지훈 기자]](/news/photo/202504/644775_561132_258.png)
SKT는 외부 해킹으로 이용자 유심 관련 일부 정보가 유출된 것을 인지하고 즉시 악성코드를 삭제하고 의심 장비를 격리, 불법 복제 유심에 대한 비정상 인증 시도 차단을 강화했다. 또 유심 보호 서비스를 무료 제공하고 전 고객 대상 유심 무상 교체,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 후 피해 발생 시 100% 보장을 약속했다.
하지만 가입자들의 불만은 커져만 갔다. 전날부터 유심 무상 교체에 들어갔으나 유심 재고가 부족해 하루에 교체할 수 있는 유심 수량이 제한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는 한편으로 이번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 우려를 키우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유심 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자 가입자는 이탈했고 유심 사고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타 통신사의 주가가 급등으로 이어졌다. 전날 LG헬로비전과 KT는 각각 20.16%, 1.79% 올라 장 마감했다.
SKT의 유심 해킹 사태는 수그러들기보다 격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SKT 유심 해킹과 관련해 피해자 4명이 가장 먼저 집단소송에 나섰고 네이버에 개설된 'SKT 개인정보 유출 집단소송 카페' 가입자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어 줄소송이 전망된다. 여기에 더해 유심 교체 비용과 수백억원대 과징금을 가정한다면 1000~2000억원 수준의 비용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일각에선 유심 해킹위험 노출 사태 장기화에 따른 주가 하락을 우려했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유심 해킹 위험 노출 사태 장기화에 따른 주가 우려가 있다"라며 "유심 복제가 손쉽게 이루어지고 2차, 3차 피해가 나타났다는 식의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유통되면서 불안감이 증폭하고 있는 만큼 SKT의 잠재적 비용 관련 과장된 우려 역시 존재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심 해킹 위험 노출 장기화가 SKT의 가입자 저변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는 모니터링 필요하다"라면서 "향후 대응 방향에 따라 통신사 시장 점유율 변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SK텔레콤의 번호이동 가입자 시장에 대한 대응 여부가 향후 무선 매출액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덧붙였다.
김아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사태의 진전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으며 적어도 대규모 가입자 이탈 우려가 진정돼야 투자심리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며 "일회성 비용을 부담하는 수준에서 사태가 진정된다면 주가는 시차를 두고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