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중대재해법, 현실적 보완 이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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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 중대재해법, 현실적 보완 이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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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장용준 기자] 산업재해 사망사고 등이 발생하면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게 해 안전을 지키고자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이 유명무실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분기까지 법 적용 가능 현장에서 사망한 근로자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오히려 늘어난 데다 해석도 분분해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근본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향후 중대재해법의 현실적 적용을 위해 어떤 보완이 이뤄질 지 관심이 쏠린다.

고용노동부 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3분기 기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 제조업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건설업 현장에서 숨진 근로자는 202명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4명이 증가한 수치로 제조업과 건설업이 각각 10명, 3명 증가했다.

중대재해법 시행이 예고된 시기부터 가장 큰 고민을 떠안았던 건 건설업계다. 한 해 동안 발생하는 산업재해 중 가장 비중이 높은 데다 법 시행 직전에 광주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어난 대형 인명사고로 여론의 싸늘한 시선을 받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올 한 해 동안 건설사들은 스마트 기술을 활용하거나 최신 로봇을 도입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했다. 이는 건설 현장 안전 강화를 위한 긍정적 효과다.

하지만 중대재해법은 안전보건 의무 주체가 대표이사이며 사업 총괄 권한이나 책임을 지닌 이로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은 안전보건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안전담당 이사)도 경영책임자로 포함시켜 안전책임 담당 임원을 두는 것에 더 열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같은 현실은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많은 기업에서는 실제 안전역량 향상보다 당장의 처벌을 피하기 위한 서류작업에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면서 "법 준수 여건이 취약한 중소기업은 아예 안전관리를 포기하거나 방치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4년 1월부터 5~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는데, 그전에 위험성 평가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이 내실화할 수 있어야 한다"며 "중대재해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도 개정할 것이고 내년 상반기 TF를 구성해 하반기 정기 국회에서 개정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달 9일 경제5단체장과 함께한 만찬에서 중대재해법 보완 입법에 대한 요구와 관련해 행정부에서 할 수 있는 조치를 해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은 지난 12일 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방안 가능성을 언급했다.

아울러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도 지난 12일 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어떤 공사 현장 한 곳에서 문제가 생기면 전국 몇백 군데에서 공사하는 법인 최고경영자에게 책임을 묻는데 규모가 크면 클수록 걸릴 수밖에 없다"며 "안전 부문 CEO(CSO·최고안전책임자)를 따로 세우는 등의 편법을 낳고 있는데 구치소 대비용 대표를 세우는 기형적 형태를 낳는 게 이 법의 취지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부처 간 조율이 필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앞서서 말할 수는 없지만 사업 단위, 공사 현장 단위로 책임 묻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대재해법은 의도 자체는 좋지만 형사처벌의 적용 기준점이 어디인지 현장에서 헤맬 때가 더 잦다"면서 "건설사 입장에서는 인명 사고가 터질 때마다 실질적인 사고 수습보다 대표가 불려갈 일만 걱정하고 이에 대비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악순환도 커졌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올해 첫 시행된 중대재해법을 제대로 적용하기도 전에 기업의 편의만 봐주려 한다는 노동계와 야당의 비판 목소리도 크다. 법 시행 이후에도 산재 사망사고는 줄어들지 않았는데, 기업들이 자신들의 책임 면제만 요구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주는 것이 옳으냐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까지 중대재해법과 관련해 구체적 보완 작업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다만 여당을 중심으로 기업부담 완화를 위한 보완입법 추진이 이뤄지는 분위기다. 이에 행정조치나 시행령 개정 등이 우선시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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