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코원시스템(이하 코원)이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
영하의 기온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자사 일부 PMP제품이 발견된 데 따른 것이다.
업체 측은 오작동 개연성을 인정하면서도 이 같은 내용을 소비자들에게 사전 고지했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잠재적 피해군을 감안했을 때 코원 측은 '리콜'로 연결되는 최악의 상황을 배제 할 수 없게 됐다.
◆ 영상 0~50도 사이에서만 정상 작동(?)
제보에 따르면 신모씨는 지난 2007년 코원의 PMP 'Q5'를 구입했다. 동영상 및 음악 재생은 물론 차량자동항법장치(내비게이션) 기능까지 갖추고 있는 제품이라 신씨는 주로 자가용에 장착해 사용했다.
평소에는 이상 없이 작동하던 제품이 겨울철만 되면 종종 오작동을 일으켜 신씨는 업체 측에 수리를 의뢰했다.
서비스센터 측은 제품의 하드디스크가 고장 났다며 수리비 명목으로 13만원을 요구했다.
신씨를 황당하게 만든 것은 제품을 정상적으로 사용하려면 주변기온을 영상(0~50℃)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센터 측의 설명이었다.
제품에서 이와 관련한 경고문구 등을 찾아볼 수 없었던 터라 신씨는 이를 선뜻 이해하기 힘들었다.
신씨는 "자가용에 장착시킨 내비게이션을 누가 떼었다 붙였다 (온도유지를) 하며 사용하느냐"며 "제품의 문제점은 인정하지 않고 고객의 잘못으로만 책임을 전가해 화가 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코원 측은 제품 사용시 권장 온도를 소비자들에게 고지해 왔다며 제품결함이 아닌 사용 환경 탓으로 돌렸다.
코원 관계자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경우 제품 내부 구조 및 시스템상 일부 기능이 작동되지 않을 수 있다"며 "권장 온도(영상 0~50도)는 제품설명서에 표시돼 있을 뿐 아니라 판매 할 때도 안내가 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타사 제품도 PMP를 무리 없이 사용하기 위한 권장 온도가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제품 개발 단계에서 우리나라의 겨울철 평균기온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코원 측이 직면한다는 점이다.
◆ 겨울철 평균기온, 개발단계서 고려됐나
최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겨울 전국 평균기온은 영하 0.1도, 평균 최저기온은 영하 4.5도로 평년보다 각각 0.4도, 0.1도씩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 최고기온이 0도 이하인 날은 13.5일, 일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이하인 날은 13.1일로 평년보다 각각 3.4일, 0.8일 정도 많았다.
통상 내비게이션은 차창 앞유리에 부착되고 별도의 단열 장치 없이 그대로 사용된다. 코원 측의사용 권장 온도가 무색해 진다는 얘기다.
세간에서 신씨의 사례를 두고 '리콜' 의견이 일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 소비자는 "해당 기종이 영하의 날씨에서 오작동을 일으킨다면 코원 측이 구매자 정보를 파악해 이상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리콜'을 포함한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해 제품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져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사용자의 잘못으로 제품에 문제가 발생했다면 수리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마땅하다"면서도 "하지만 겨울철에 고장이 날 수 밖에 없는 제품을 만들어 놓고 사용자의 잘못을 따지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코원은 지난해 11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전년도 43억 원에 비해 큰 폭(157.1%)으로 증가하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