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하나 흠 잡을 데가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한국 피겨 역사에 대단한 일을 해낸 연아가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싱글에서 금메달 쾌거를 이룬 `피겨여왕' 김연아(20.고려대)를 초등학교 때 지도했던 신혜숙(54) 코치는 26일 제자의 우승 장면을 직접 지켜본 감격스런 소감을 전했다.
신혜숙 코치는 김연아가 피겨 선수의 길을 본격적으로 걸었던 군포 신흥초등학교 5학년 초반부터 6학년 8월까지 2년 6개월 넘게 조련했다.
일본에서 피겨를 배운 `유학파 1세대'로 25년 넘게 지도자 생활을 하며 방상아, 지현정, 최지은, 김나영 등 수많은 제자를 길러낸 신 코치는 `한국 피겨의 대모'로 통한다.
그는 김연아가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는데 밑천이 된 기본 기술을 가르쳤고 지금은 `남자 김연아'로 불리는 피겨 신동 이동원(14.과천중)을 지도하고 있다.
신 코치는 김연아를 천부적인 재능이 있으면서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은 모범적인 선수로 기억했다.
그는 "연아는 4학년 때 처음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한 번 배운 걸 그대로 받아들이는 흡수력이 놀라울 정도였다. 재능을 타고났고 얼굴과 몸매까지 뒤지는 게 없었다. 뛰어난 능력을 갖췄음에도 평범한 또래 선수들이 세 시간 탈 때 네댓 시간 훈련할 정도의 노력파였다. 좋은 재능과 빙판에서 흘린 땀이 어우러지면서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시 뛰어난 선수였음에도 올림픽을 제패하는 세계 챔피언이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자신의 강점인 점프를 갈고 닦은 게 성공의 원동력이 됐다. 다른 선수들이 점프 직전 스피드를 줄이는 반면 연아는 오히려 가속도를 이용해 높고 먼 거리의 점프를 할 수 있다. 또 점프할 때 중심축이 바르기 때문에 완성도가 높은 기술을 구사할 수 있었다"며 역대 최고점을 받아 우승할 수 있었던 배경을 설명했다.
김연아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전문 선수의 길로 이끈 류종현(42) 코치도 제자의 우승에 기쁨을 함께했다.
아이스댄스 선수 출신인 류종현 코치는 김연아가 일곱 살 때 처음 피겨 강습을 받으려고 과천 아이스링크를 방문하자 재능을 알아보고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가장 긴 기간 조련했던 지도자다.
류 코치는 "연아가 강습을 시작했을 때 다른 선수보다 습득 능력이 뛰어났다. 언니들보다 늦게 출발했지만 지기 싫어하는 강한 승부 근성과 뛰어난 스케이트 재능 때문에 금세 국제적인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쇼트프로그램에서 최고점을 받았어도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부담감은 상상을 초월할 수준일 것이다. 그럼에도 내색하지 않고 침착하게 완벽한 연기를 펼친 연아가 대견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김연아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운동은 주로 학교 수업시간을 피해 새벽과 밤늦게까지 해야 했기 때문에 피곤해하는 연아를 볼 때마다 안쓰러웠다. 그럴 때마다 연아를 다독여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한 어머니가 가장 큰 힘이 됐다"면서 어머니 박미희 씨의 헌신적인 노력을 높게 평가했다.
한편 신혜숙, 류종현 코치 못지않게 김연아가 주니어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도록 뒷받침했던 김세열(37) 코치와 지현정(40) 코치도 브라이언 오서(48) 코치가 김연아와 선수-지도자로 호흡을 맞추기 시작한 2007년 초반까지 지도했던 스승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