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마세라티 기블리, 본 투 런(Born to 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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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마세라티 기블리, 본 투 런(Born to Run)
  • 김현우 기자 top@cstimes.com
  • 기사출고 2019년 05월 05일 0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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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릴수록 진가 발휘⋯독보적 정체성은 선망과 질투의 대상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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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현우 기자] 이탈리아 럭셔리카 브랜드 마세라티의 엔트리카 '기블리'는 제품 라인업 가운데 기본 사양을 갖춘 모델 답지 않은 아우라를 뿜어낸다.

외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마세라티 심볼인 '삼지창' 엠블럼이다. 라디에이터 그릴 가운데와 C필러에 박힌 엠블럼은 브랜드 특유의 고급스러움과 이국적인 감성을 구현한다.

엠블럼이 로마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신 '넵튠'의 무기를 모티브로 만들어지다보니 기블리 전면부에서 난폭한 상어 얼굴이 연상되기도 한다. 좌우로 날렵하게 솟아오른 헤드램프 눈매와 날카로운 이빨을 연상시키는 세로줄 형태의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이 자리잡고 있다.

측면부는 다소 평이한 멋이 느껴진다. 앞문 손잡이에서 시작돼 뒤로 갈수록 선이 아래로 떨어지는 상단 캐릭터 라인과 뒤로 갈수록 얕은 상승 곡선을 그리는 하단 캐릭터라인은 다른 브랜드 차량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만한 무늬다. 다만 바람이 흐르는 방향을 그대로 그린 듯한 형태를 갖춰 탁월한 주행성능을 가늠해보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 앞으로 길게 뻗은 엔진룸은 차량의 스포티한 감성을 배가시킨다.
▲ 앞으로 길게 뻗은 엔진룸은 차량의 스포티한 감성을 배가시킨다.
이밖에 앞바퀴 뒤에 은색 크롬으로 새겨진 레터링 '그란 루소'는 작은 글씨지만 보는 이에게 차량의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내는 효과를 발휘한다. 엔진룸이 비교적 길게 뻗어 차량 전장의 3분의 1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점도 스포티한 감성을 만들어낸다.

▲ 기블리의 후면부 디자인은 번호판 위에 새겨진 레터링 '마세라티' 하나로 모두 설명된다.
▲ 기블리의 후면부 디자인은 번호판 위에 새겨진 레터링 '마세라티' 하나로 모두 설명된다.
후면부도 미간이 넓은 사람의 두 눈을 닮은 후미등 두 개가 자리잡는 등 평범한 구성을 보인다. 다만 번호판 위로 부착된 '마세라티(Maserati)' 레터링의 휘갈긴 듯한 글씨체는 브랜드의 독보적인 분위기를 당당하게 표출한다. 다른 평범한 부분들마저 달라보이게 만들 정도다.

▲ 20㎝ 길이 한 뼘으로 측정한 2열 레그룸. 국산 준중형 세단과 비슷한 규모를 갖췄다.
▲ 20㎝ 길이 한 뼘으로 측정한 2열 레그룸. 국산 준중형 세단과 비슷한 규모를 갖췄다.
실내공간은 국산 준중형 세단 수준을 갖춰 평균 체격의 성인이라면 모자람 없이 탈 수 있다. 타이어 자국 같은 무늬가 그려진 시트 등받이와 엉덩이 받침은 역동적인 느낌을 구현한다. 헤드 레스트 전면에 그려진 브랜드 엠블럼은 탑승자와 행인 모두에게 차별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한다.

▲ 대시보드에는 역동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감성이 담겼다.
▲ 대시보드에는 역동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감성이 담겼다.
핸들을 쥐는 순간부터 약간 긴장될 정도로 차량 포스가 느껴진다. 핸들은 다른 브랜드 차량에 비해 굵고 묵직하게 돌아간다. 핸들이 비교적 높이 장착돼 위치를 낮게 조정하고 시트를 올려도 팔을 약간 들어야 한다. 무겁게 돌아가는 동시에 조향기어비가 높아 어떤 속력에서든 안정적으로 운전할 수 있다.

▲ 철로 제작된 페달은 묵직하지만 섬세하게 작동한다.
▲ 철로 제작된 페달은 묵직하지만 섬세하게 작동한다.
페달은 힘을 들여 밟아야 하는 동시에 민감하게 반응해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일상에서 타는 말의 움직임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올라타본 경주용 명마의 에너지에 놀란 기분이다. 정지상태에서 출발하거나 주행 중 다시 정차하는 상황에서 차가 덜컹거리지 않으려면 페달을 아주 미세하게 조작해야 한다. 기블리가 강력한 저속 토크와 제동력을 발휘하다보니 이를 더욱 부드럽게 제어하기 위한 연습이 필요할 듯하다.

반면 고속 주행 상황에서는 놀랍도록 섬세하게 움직인다. 부드럽지만 민첩하게 가속돼 계기판의 속력 눈금을 보지 않으면 얼마나 빨라졌는지 느끼기 어렵다. 달리다가 속력을 낮출 때도 매끄럽게 감속돼 실내에서 탁월한 안정감이 느껴진다. 중저속 상황에서 변속 시 약간 뜸들이는 경우가 발생하지만 운전의 경쾌함을 저해할 정도는 아니다.

승차감도 훌륭하다. 코너링을 할 때나 빠르게 달리다가 차선을 변경할 때는 탑승자 몸이 관성에서 자유로운 듯 잘 고정된다. 서스펜션은 불규칙한 노면에서 발생하는 충격에 다소 거칠게 맞서지만 차량의 2차 움직임을 잘 잡는다. 실내 정숙성도 좋다. 노면 소음을 국내 고급 세단과 비슷한 수준으로 잘 차단하고 풍절음은 고속 주행 시에도 겨우 들리는 편이다. 3.0 트윈 터보 엔진의 구동음은 작지 않지만 거슬린다기보다 차량 감성을 구현하는 한 요소로서 감수하고 들을만 하다.

▲ 기블리 그란 루쏘의 연비는 주행성능과 스펙을 감안할 때 잘 나오는 편이다.
▲ 기블리 그란 루쏘의 연비는 주행성능과 스펙을 감안할 때 잘 나오는 편이다.
연비는 배기량과 주행 성능을 감안할 때 공인 수치보다 훨씬 잘 나온다. 서울 강남 압구정에서 출발해 경기 남양주 북한강로에 이르는 45.1㎞ 구간을 달렸다. 기본 주행(오토 노멀) 모드 상태로 시내에서는 여러번 신호를 받고 자동차 전용도로에서도 다른 차들과의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번 감·가속했다. 교통량이 원활한 구간에서는 종종 가속 페달을 깊게 밟는 등 고속 주행하기도 했지만 최대한 관성운전을 실시했다. 에어컨은 켜지 않고 창문도 열지 않았다.

이때 기록한 연비가 9.4㎞/ℓ다. 공인 복합연비 7.4㎞/ℓ에 비해 잘 나오는 수준이다. 짧은 구간을 기준으로 여러번 연비를 측정해본 결과 속력을 자주 높일수록 연비가 더 잘 나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주행성능과 주행질감 등 기본기에서 차별적인 수준을 나타내지만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다. 계기판 가운데 화면에 표시되는 길안내 정보에서 도로명 등 거리 관련 내용이 이해할 수 없는 문자로 표시되는 등 정보 전달력이 부족하다. 차선을 유지하는 기능 '차선 유지 어시스트'를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에서 활성화할 수 있지만 흐릿한 선은 잘 인식하지 못해 기능이 발휘되지 않기도 한다. 이밖에 크루즈 기능이 탑재되지 않는 등 주행보조 사양이 국산 모델에 비해 취약하다.

▲ 기블리는 자신을 알거나 모르는 불특정 다수 사람들의 선망과 질투의 대상이 될 것이다.
▲ 기블리는 자신을 알거나 모르는 여러 사람들에게 선망과 질투의 대상이 될 것이다.
편의사양이 아쉬울지언정 기블리가 지닌 가치에는 다른 모델이 경쟁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잘생긴 내·외관과 기민한 움직임을 보이는 점은 타인의 시선을 끌고 종종 질투를 유발하기도 한다. 한 예로 눈에 확 들어오지는 않는 흰색(비앙코) 모델이었지만 다른 모델을 시승할 때보다 더 많은 눈길을 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로에서도 왠지 다른 차량이 바짝 붙어 달리거나 앞서가려는 것 같다고 느껴졌다. 더욱 빠르게 달릴수록 진가를 발휘하고 다른 차의 도전을 받는 기블리는 많은 고객들에게 선망과 질시의 대상이 될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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