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압력밥솥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쿠쿠홈시스(이하 쿠쿠)가 때아닌 몸살을 앓고 있다.
주부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자사 '황금동 밥솥' 일부 제품으로 밥을 지었을 경우 쉰 냄새, 변색 등의 현상이 생긴다는 소비자 제보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 측은 제품 자체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도, 새 가전제품의 특성에 그 원인을 돌려 오히려 논란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 황금동 밥솥, 흰 쌀밥을 누렇고 냄새나는 밥으로?
제보에 따르면 김모씨는 최근 TV홈쇼핑을 통해 동위에 황금을 입힌 내솥을 채용한 쿠쿠홈시스의 전기밥솥인 '황금동 밥솥'을 구입했다.
이를 사용하던 김씨는 이전에 사용했던 밥솥에서 겪지 못했던 다른 밥 색깔과 냄새에 의아해 했다.
흰 쌀로 갓 지은 밥에 누런 빛깔이 돌 뿐만 아니라 쉰 듯한 냄새까지 풍겼기 때문이다.
김씨는 즉시 업체 서비스센터에 문의했고, 김씨의 밥솥 상태를 직접 확인한 수리 기사는 "황금동 밥솥의 특징으로 인한 현상"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때문에 김씨는 제품 교환 및 환불은커녕 수리조차 받을 수 없었다.
김씨는 홈쇼핑 방송은 물론 제품 설명서에서도 '제품 특성상 밥이 누렇게 될 수 있다'는 등의 안내 및 문구를 접한 적이 없었던 터라 수리기사의 설명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김씨는 "어떤 사람이 누렇고 냄새 나는 밥을 먹겠냐"며 "새로 장만한 고가의 황금동 밥솥을 사용도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같은 이상 증상을 호소하는 소비자는 비단 김씨 뿐만이 아니다.
각종 포털사이트 게시판과 블로그, 온라인 주부 동호회 등지에서는 '처음 밥을 하는데 냄새가 심하게 났다', '갓 지은 밥이 색깔이 누렇고 냄새가 난다'는 등 김씨의 주장과 유사한 사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밥솥에 물을 넣고 '식초', '녹차가루' 등을 넣어 끓여낸 뒤 밥을 지으면 밥 변색이나 냄새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을 업체 측으로부터 들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제품 하자 가능성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쿠쿠홈시스 측은 이를 일축했다.
◆ "제품에는 문제 없는데 새 제품 특유의 냄새는……"
이 업체 관계자는 "황금동 밥솥으로 밥을 짓는다고 해서 밥 색깔이 변하거나 냄새가 나는 현상은 발생하지 않는다"며 "많은 소비자들이 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소비자가 불만을 제기했다면 개인차에 따른 특별한 사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 제보로 전해진 수리기사의 설명, 즉 '밥솥의 특징으로 인한 현상'과는 온도차가 큰 발언이다.
다만 그는 "밥솥뿐만 아니라 모든 새 제품에는 냄새가 날 수 있다"며 "새 제품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를 잡기 위해 고객센터에서 '식초'를 사용하라고 안내해 준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쉬 가라앉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사람이 직접 섭취하는 '밥'을 조리하는 가전에서 문제가 불거졌다는데 불편한 시각이 새 나오고 있다.
특히 "새 제품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라는 쿠쿠 측의 언급은 인체 유해성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외 소비자들의 공통 관심거리인 '웰빙' 붐과 엇박자를 낸다. 건강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가시질 않는 이유다.
주부 박모씨는 "새로 밥솥을 사면 냄새가 사라질 때까지 몇 번이고 밥을 지어 그냥 버리라는 말이냐"며 "밥솥 냄새가 밥에까지 스며들 정도면 이는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주부 홍모씨는 "다른 전기밥솥을 사용할 때는 냄새나 변색의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며 "보다 정밀한 제품검사를 쿠쿠 측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뒤 그 결과를 공개적으로 밝혀야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