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탑 대마초 사건'서 드러난 YG의 참담한 아티스트 관리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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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탑 대마초 사건'서 드러난 YG의 참담한 아티스트 관리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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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종효 기자] YG엔터테인먼트의 아티스트 관리 능력이 다시 한 번 도마에 올랐다.

YG엔터테인먼트 소속 빅뱅 멤버이자 배우 탑(최승현, 이하 탑) 대마초 흡입 사건이 불거졌다. 탑은 의무경찰 입대 전인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구 자택서 여자 연습생과 대마초를 최소 4차례 피운 혐의를 받아 최근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모발 검사에서 대마초 양성 반응을 보인 점과 탑 본인이 혐의를 인정한 점 등을 토대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 기소 의견으로 검찰 송치했다. 검찰은 5일 탑을 불구속 기소했다. 탑은 다음날인 6일 오전,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서울 이대목동병원에 실려가 치료를 받았다. 의료진은 탑이 신경 안정제를 과다 복용해 의식을 잃은 것으로 파악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진 뒤 YG엔터테인먼트는 8일 공식사과문을 언론에 배포했다.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여러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 질책 또한 무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책임을 인정하면서 "또한, 앞으로 이와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는일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재발 방지 약속이 담긴 사과문이었다. 

앞서 지난 1일 해당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뒤 "경위를 파악 중"이라던 YG엔터테인먼트는 ▲탑이 혐의를 부인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탑은 경찰 조사서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고 ▲혐의를 인정했어도 징계 처분을 논의할 단계가 아니며, 검찰 조사 결과가 나온 후에야 징계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심으로 깊은 사과의 말씀 전한다. 깊이 반성 중에 있다"는 사과 내용을 덧붙이긴 했지만 탑의 사과를 대신한 것인지 소속사의 입장인지 모호했다. 소속사 책임을 인정하며 공식 사과를 한 것은 8일, 최초 언론 보도가 된 지 약 일주일이나 지나서였다.

2010년 당시 2NE1 멤버 박봄이 국제 특송 우편을 이용해 마약류의 일종인 암페타민 80여정을 미국서 밀반입하다 인천공항 세관에 적발됐다. 4년 뒤인 2014년, 뒤늦게 이 사실이 알려지며 당시 박봄이 입건유예됐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검찰 봐주기 의혹까지 함께 일었다. 빅뱅 지드래곤(권지용)은 2011년 대마초 흡연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지드래곤이 초범인데다 흡연량이 적었다는 점을 감안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이처럼 YG엔터테인먼트는 앞서 두 번의 소속 아티스트가 마약류 투약 의혹에 휩싸여 곤욕을 치렀다. 그때마다 YG엔터테인먼트는 즉각 사과보다는 아티스트의 해명을 먼저 전달하고자 했다. 박봄 사건 당시엔 '치료 목적', '국내서는 불법인 줄 몰랐다'며 무지와 동정심을, 지드래곤 사건 당시엔 '일본 공연 중 팬이 전한 담배를 핀 것'이라며 우연을 강조했다. 둘 다 '고의성은 없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려 했지만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벗어날 순 없었다.

이번 탑 사건에서 일체의 변명 없이 고개를 숙인 것은 이전 사건들에 비해 확실히 나아진 모습이긴 하다. 하지만 소속사의 공식사과가 일주일이나 지난 후에야 나왔다는 것은 사태 추이를 지켜보다 입장을 내놓는 YG엔터테인먼트의 '눈치' 작전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실제 YG엔터테인먼트는 굵직굵직한 사건이 생길 때마다 언론과의 접촉을 아예 피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했다. 때로는 중요한 일임에도 뒤늦게 특정 언론에만 입장을 전달하는 상식 밖의 행동으로 빈축을 샀다.

한 연예 관계자는 "YG엔터테인먼트가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이 '괜한 말로 긁어 부스럼 만들지 않기'라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언론이나 팬들 입장에선 그야말로 '고구마' 아니겠냐"며 "키워냈다고 소속사가 아니다. 관리까지 맡는 것이 소속사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관리'라는 측면은 소속 아티스트에 대한 위기대처 능력도 포함된다. 뒤늦은 사과나 침묵을 하는 대응을 두고 '문제에 휘말린 소속 아티스트에 대한 맹목적 비난이 수그러들 때까지 기다린다'는 해석을 할 수 있지만 다른 측면에선 '이 논란도 언젠간 지나가리라'는 안이한 대처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소속사나 소속 아티스트 전체에 대한 이미지에 있어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고, 팬들 역시 소속사를 믿지 못하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언급했듯-물론 입건유예, 기소유예 처분이 됐지만- YG엔터테인먼트의 마약류 관련 사건은 처음이 아니다. 이전에도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또 이런 사건이 발생했다. 공교롭게도 YG엔터테인먼트를 대표하는 아티스트인 빅뱅 멤버 두 명이 마약류 관련 사건을 일으켰다.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이 있었는지조차 의문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소속 아티스트 관리 및 위기대처 능력에 대해 쓴소리가 나오는 것은 YG엔터테인먼트 입장에서 억울해할 일이 아니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거듭난 YG엔터테인먼트가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있다면, 이번 탑 대마초 흡입 사건으로 인해 복귀한 지드래곤의 활동이나 현재 확장 중인 사업에 차질을 빚을까, 혹은 이번 사건이 주가에 악재가 될까 우려해 전전긍긍해선 안된다. 가장 큰 악재는 지지기반인 소속 아티스트의 팬층이 등을 돌리는 것이다. YG엔터테인먼트의 '기본'은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이들이 성공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매니지먼트하는 연예기획사다. 언제나 가장 중요한건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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