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갑질 후 사과광고 끝?…'시대착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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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갑질 후 사과광고 끝?…'시대착오'
  • 안은혜 기자 aeh629@cstimes.com
  • 기사출고 2017년 01월 12일 14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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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안은혜 기자] 잊을만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기업과 오너일가의 '갑질'. 국민적 분노가 거세지면 '옆구리 찔러 절받기 식' 사과가 이어진다.

최근 '촛불집회 폄하'와 '가짜 홍삼액' 판매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천호식품 김영식 회장은 "책임지고 사퇴하겠다"며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자신의 아들인 김지안 대표에 대한 경영권 승계 작업이 마무리 된 상황에서의 퇴진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꼼수'이며 쇼맨십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천호식품에 앞서 이랜드그룹 역시 계열사인 이랜드파크가 비정규직(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임금 83억원을 체불한 것도 모자라 정규직과 계약직 사원들에게도 연장 수당을 떼먹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랜드는 이랜드파크 대표를 해임하고 비정규직 노동자 1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혁신안을 발표하고, 경영진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냈다.

지난 몇 년 새 기업의 갑질은 계속돼 왔다.

피죤은 지난 2011년 이윤재 전 회장이 이은욱 전 사장 정리해고 문제가 기사화 되지 못하도록 조직폭력배에게 청부 폭력을 지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전국적으로 불매운동이 일자 피죤은 국내 주요 일간지에 사과 광고를 게재했다. 이를 두고 '기사 막기용 광고'라는 지적도 받았다.

2015년에는 110년 장수 기업인 몽고식품 김만식 전 명예회장의 갑질이 온라인상에서 일파만파 퍼졌다.

자신의 운전기사로 근무했던 직원들에게 상습적으로 폭언, 폭행해온 김 전 회장의 만행이 밝혀져 명예회장직에서 물러나게 된 것이다. 대국민 사과는 있었지만 사과문을 아들이 대신 올려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도 추가됐다.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던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도 마찬가지다.

옥시 측은 가습기 살균제가 안전한 것처럼 허위광고한 혐의를 인정하고 지난해 8월 1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분들,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는 제목으로 주요 일간지 하단에 사과 광고를 게재하고 피해자 배상 신청 접수를 시작했다.

사건이 알려진지 4년 11개월만이다.

해당 광고는 피해자들에게 죄송하다는 문구와 함께 배상 신청 방법을 설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된 제품의 위해성이나 제조 과정에서의 문제점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이에 피해자 모임과 환경단체 등은 "국민적 옥시불매운동에 한발 물러난 옥시가 진정한 책임 인정없이 돈으로 피해자들의 입을 막으려는 술수에 불과하다"며 "잘못을 어물쩍 넘어가며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갑질하고 면피용으로 홈페이지나 일간지에 사과 광고를 올리는 대기업의 이 같은 대책은 매우 시대착오적인 발상이고, 화가 난 국민들에 눈에는 '악어의 눈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진정성 있는 사과처럼 보일까를 고민하기에 앞서 갑질 근성부터 없애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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