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편의점 현금인출 사기…한국도 '안전지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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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편의점 현금인출 사기…한국도 '안전지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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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조선혜 기자] 이런 상상도 가능하다.

내 신용카드 정보가 털려 이 정보로 만들어진 가짜 카드로 우루과이의 한 편의점 자동화기기(ATM)에서 현금서비스로 100만원이 인출되는 것.

무슨 뜬금 없는 소리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일본에서는 실제 일어났다. 정확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은 것이지만, 범행은 일본에서 자행됐으니 두 국가 모두 피해를 본 셈이다. 피해액은 총 206억원이다.

일본 경찰은 국제 범죄조직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일본 야쿠자와 해외 해커집단이 손을 잡은 정황을 포착했다.

단순히 국내에서의 금융사고를 걱정해야 할 수준을 넘어선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상기시켜주는 사건이다.

남아공 금융시스템의 보안 정도를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했던 카드사 개인정보유출 등을 떠올려보면 안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실제 북한 해킹조직이 국내 금융 정보보안업체의 PC를 해킹, 전자인증서를 빼내 악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유포한 사건도 있었다. 타깃은 얼마든지 국내 금융·유통사 등으로 변경될 여지가 있다.

범행장소가 편의점이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은행보다 경비가 삼엄하지 않을 것이다. 직원수도 상대적으로 적다. 이용 소비자가 많긴 하지만 머무는 시간이 짧아 범행을 저지르기 수월하다. 어찌됐든 은행보다 심리적 압박이 덜한 것은 사실일 게다.

해외 신용카드를 사용했기 때문에 은행이 아닌 현금인출기가 있는 편의점을 이용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이는 기술 수준에 따라 얼마든지 또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을 놓기 어렵다.

최근 국내 시중은행들이 '세븐일레븐', '씨유(CU)' 등 편의점을 활용한 공격적 마케팅을 감행하고 있는 터라 불안한 마음은 더욱 커진다.

부산은행과 신한은행은 각 편의점에 스마트ATM, 디지털키오스크 등 은행업무 대부분을 처리할 수 있는 무인기기를 설치·운영하고 있거나 계획 중이다. 기존 은행 점포·ATM은 줄이는 동시에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현재 국내법에서는 금융사고에 대해 소비자가 직접 피해를 입증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금융사가 입증의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 금융감독원 직원 등을 사칭해 돈을 빼내는 보이스피싱 등 사기에 대한 객관적 증거를 소비자가 스스로 제시해야 한다.

손해배상 소송 때 금융사에 입증 책임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금융소비자보호 기본법은 지난 2012년부터 입법이 추진됐으나 결국 19대 국회 때 무산됐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재도전한 상황이지만 실제 입법 여부는 미지수다.

편리해지는 만큼 불안감도 커지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필연적인 요소일까.

금융사들은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도록 안전한 금융시스템 조성에 투자를 아끼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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