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권, 대출금리 '찔끔' 인하 소비자만 '봉(?)'
상태바
[기자수첩] 은행권, 대출금리 '찔끔' 인하 소비자만 '봉(?)'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컨슈머타임스 조선혜 기자] 이제는 슬슬 뻔한 패턴이 되고 있다.

지난 9일 한국은행 기자실에 기준금리 인하 소식이 전해진 뒤, 새어 나온 기자들의 깊은 한숨 소리를 들을 때부터 이미 그려진 풍경이다.

연 1.25%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기준금리가 하락한 후 예·적금 등 수신금리는 곧바로 그것도 '왕창' 떨어지고, 대출금리는 느릿느릿 '찔끔' 내려가는 모습을 두고 하는 말이다.

느려터진 속도는 어찌할 수 없는 모양이다.

수신금리는 은행들이 언제든 조정할 수 있지만, 대출금리는 대부분 코픽스 등과 연동돼 있어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코픽스는 은행권 대출금리의 기준 역할을 하는 지표다.

전월 적용된 금리를 발표하는 까닭에 1개월 간 구멍이 생기게 된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 분은 다음달 중순께나 적용된다.

예·적금 금리는 순식간에 왕창 떨어지는 모양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13일부터 예·적금 상품의 금리를 최대 0.3%포인트 인하했다. 일반정기예금의 금리는 연 1.2%에서 0.9%로 낮춰 적용하기로 했다. 일부 수시입출금 예금상품은 금리를 0.15%까지 낮추기로 결정했다.

같은 날 우리은행은 거치·적립식·입출식수신상품의 금리를 최대 0.25%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하락폭은 크지 않았지만 사실상 '제로금리' 수준으로 떨어뜨린 은행도 나왔다.

한국씨티은행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인 '참 착한 기업통장'의 금리를 예금액 1000만원 이하 기준 연 0.1%에서 0.01%로 0.09%포인트 내렸다.

하지만 대출금리는 체감하기 힘들만큼 '찔끔' 떨어져 소비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KB국민은행의 혼합형 고정금리 대출은 지난 13일 연 2.71∼4.01%로, 지난주대비 0.11%포인트 가량 하향 조정했다. 타 은행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 때만 그랬던 건 아니다. 장기적으로도 이러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지난 2013년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3년간 기준금리는 연 2.75%에서 1.50%로 1.20%포인트 떨어졌다. 예금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도 1.20%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86%에서 2.93%로 겨우 0.93%포인트 내렸다.

은행이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가산금리를 올려 대출금리 인하를 저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익 가운데 대출비중이 높은 즉, 예대마진에 의존해 수익을 내고 있는 은행들의 고질적인 영업방식에 변화가 오지 않는 이상 이 같은 모습은 언제라도 되풀이될 수 있다.

다수의 증권 연구원, 금융 전문가들이 한국이 연내 금리 인하를 1차례 더 단행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는 상황이라, 우려의 끈을 놓기 어렵다.

언제나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도, 대출금리는 '살짝' 손대는 식의 패턴을 반복하는 은행들의 모습이 아쉽다.

추첨을 통해 일부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일회성 '골드바' 경품이벤트 등으로 소비자를 현혹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소비자와 은행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상품·서비스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뭣이 중헌지' 은행들은 곰곰이 생각해보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