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권, 공채 시스템 한계…대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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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은행권, 공채 시스템 한계…대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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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조선혜 기자] 작년 이맘때쯤엔 은행마다 약 5000자가 넘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느라 밤을 꼬박 새웠다는 취업준비생 지인들이 수두룩했었다. 첨삭 청탁(?)도 종종 들어왔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거부했던 기억이 난다.

이를 역이용(?)해 은행별 일정을 확인하고, 서류접수 과정에서 구직자들이 겪을 수 있는 다른 불합리한 정황은 없었는지 꼼꼼히 살피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며칠을 취재하기도 했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어쩐지 조용했다. 흔히 말하는 대졸신입 공개채용이 쥐도 새도 모르게 '뚝' 끊긴 모양새다. 신한은행만 유일하게 일반직 100여명을 뽑는 공채를 진행 중이다.

단순히 떠오르는 생각은 '은행이 정말 어렵긴 한가보다' 정도였다.

실제 올해 1분기 국내 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2조3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단 증가했지만, 핵심 순익지표인 순이자마진은 1.55%로 전년비 감소했다.

영업 외 이익은 1조원으로 늘었다고 한다. 밖으로 나가 영업을 해서 번 돈이 아니라는 뜻이다. KDB산업은행의 경우 출자회사의 배당수익이 늘었다는데, 장기적으로 기대 가능한 수익은 아니다.

수익을 생각하다 보니 떠오른 채용감소 배경. 자동화기기(ATM)와 스마트폰이다. 은행원과 마주하지 않아도 금융거래가 가능한 '기계'들이다.

'장풍 출금'이라는 귀여운 이름을 붙이고 정맥인증 금융거래 서비스를 내놓은 신한은행을 비롯해 많은 은행들이 비대면 금융거래에 정성을 쏟는 분위기다.

우리은행의 '위비뱅크' 등 모바일뱅크는 이미 지방은행들도 각각 구축을 완료했을 만큼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신한은행은 편의점 '씨유(CU)'와 손잡고 본격 '무인점포 상용화'의 막을 올렸다.

정말로 은행을 찾지 않고도 다양한 금융거래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공인인증서나 체크카드 비밀번호를 까먹었다든지 하는 이유로도 말이다.

기계화. 사실상 어찌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인 것은 분명하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은행들의 수익이 감소하는 것 또한 어느 정도 예상된 부분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올해 3월 말 청년실업률은 11.8%(52만명)다.

은행들의 연간 총 채용규모는 2000~3000여명 수준. 한 은행의 서류전형 경쟁률이 100대 1이라고 하니 대략 20만~30만명의 구직자들이 은행 취업에 매달린 셈이다. 허수 지원자를 감안하더라도 엄청난 규모다.

약속이나 한 듯, 1년 만에 공채를 대폭 줄인 은행들의 처사는 취준생들을 혼란에 빠뜨릴 뿐이다.

대규모 정규 공개채용 시스템의 한계로 풀이된다.

한국씨티은행은 이미 오래 전부터 공채시스템을 버리고 상시 채용을 채택하고 있다. 주로 경력직원을 상시 모집하고, 인턴 프로그램 등을 통해 신입직원을 추가로 뽑는 식이다.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이 올해 상반기 공채 대신 하계인턴 채용만 진행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일 것이다.

이전에는 인턴 이력을 공채 때 참고만 하는 식이었다면, 앞으로는 이를 상당부분 반영하거나 바로 채용으로 활용하는 수순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은행들의 공식입장이 아닌 기자의 예상이다.

개인재무설계사(AFPK) 자격증, 토익과 같은 '스펙' 쌓기에 과도한 에너지를 쏟으며 공채만 준비해온 취준생들을 '희망고문'하는 것보단 차라리 그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핀테크 시대에 어울리는, 실효성 있는 채용제도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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