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영혼 없는 '톡질' 카카오톡 위기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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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영혼 없는 '톡질' 카카오톡 위기 불렀다
  • 김재훈 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10월 20일 0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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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휴대전화가 '카톡'을 알린다. '중견기업 A사 회장의 이중생활', '배우 B씨의 기막힌 술버릇'…

선후배 기자들을 포함한 지인들로부터 쉴 새 없이 정보가 날아든다.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들. 시발점이나 사실여부는 관심사가 아니다. '받은 글'을 복사해 나르기 바쁘다.

사법부의 카카오톡 검열 움직임을 두고 여론이 들썩이고 있다. 나의 은밀한 사생활을 누군가 들춰볼 수도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사용자 대거 이탈이 이를 방증한다. 지난달 14일 이후 주간이용자수가 매주 5~6만명 정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독일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Telegram)은 반사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전체 이용자수는 어느새 200만명을 돌파했다. 주간 증가율이 한 때 61%를 넘어설 정도로 폭발적 인기다. '사이버망명'으로 불릴 정도로 카톡 이탈자들이 사실상 대부분이다.

국내 토종 기업 '다음카카오'가 일궈낸 시장이 외국 기업에 위협 받고 있는 형국이다. 카톡을 통한 무분별한 정보 공유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사실이 아닌 허위정보가 카톡을 통해 유통되면서 실제 적지 않은 수의 피해자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누명을 벗기 위한 수사 요청도 경찰에 실시간으로 접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짜 메신저'가 '가해도구'로 전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카톡 검열 논란의 핵심이다.

불특정 다수의 카톡을 수사당국이 정기·주기적으로 감시하는 것이 아니다. 법원으로부터 소명명령을 받은 사용자, 즉 허위사실을 유포한 '잠재적 가해자'가 대상이다.

이 같은 '팩트' 마저도 카톡을 통해 왜곡되고 있어 실소를 자아낸다. 수사당국에 의해 사용자 모두가 심각한 사생활 침해를 당할 수도 있다는 식이다. '텔레그램은 안전하다'며 갈아타기를 권유하는 설명도 한 가득 이다. 그 어디에도 근거는 없다.

헌법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실제 카톡 열람은 '압수수색영장'을 통해서만이 이뤄진다. 경찰과 검찰을 거쳐 판사가 필요성에 따라 발부한다. 악의적으로 소문을 퍼뜨린 '숙주'를 찾아 나서는 작업이다. '보낸사람'과 '받은사람'을 단계별로 타고 올라가 최초 유포자를 색출한다. 법적 책임은 묻는 작업은 그 다음이다.

바꿔 말해 애초에 퍼뜨리지 않으면 사생활을 침해 당할 일도 없다. 기술적으로도 10월 현재 3000만명에 가까운 카톡 이용자들을 일일이 감시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IT업계의 중론이다.

오해에 따른 피해는 오롯이 다음카카오의 몫으로 남고 있다. 앞서 언급한 사용자 이탈 외에 이미지 훼손은 이미 진행 중이다.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다. 밤잠 설쳐가며 개발한 획기적인 무료서비스를 장기간 제공한 대가라 하기엔 어딘가 혹독해 보인다.

무분별한 '카톡질'이 시발점 이었음을 인정한다면 이제 이용자들이 적극 오해를 풀어야 할 때다. 예상치 못한 거센 풍랑에 휘청대고 있는 국내 토종기업 다음카카오를 보듬어야 하는 주체는 바로 개별 이용자 우리 자신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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