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현 딜라이트 보청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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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딜라이트 보청기 대표
  • 민경갑 기자 mingg@cstimes.com
  • 기사출고 2013년 04월 22일 0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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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장벽 허물고 저가형 제품 공급…20대 청년사업가 '매출액 42억'
   
 

[컨슈머타임스 민경갑 기자] "돈이 없어 듣지 못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들자"

딜라이트 보청기(이하 딜라이트)가 지난 2010년 7월 창업 당시 내걸었던 목표다. 난청인이 보청기의 높은 가격 앞에 좌절하는 일을 만들지 않겠다는 각오가 담겨있다. 불필요한 유통 비용을 제거해 시장가격보다 50~70% 저렴한 보청기를 판매한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딜라이트를 이끌고 있는 김정현 대표는 20대 청년 사업가다. 선배 경영자들보다 부족한 연륜에도 지난해 매출액 42억원을 넘긴 수완 좋은 사업가다. 김 대표를 만나 저가형 보청기의 시장성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고통에 집중"

Q. 대학교 2학년 때부터 딜라이트를 준비했다고 들었습니다. 왜 하필 보청기였습니까.

== 당시 사회적기업(소셜벤처)이란 모델을 처음 접했습니다.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아이템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죠. 사회적기업에 대한 공부를 이어가다 같은 생각을 품고 있는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대부분 현재 딜라이트의 핵심 멤버가 됐죠.

외국 사회적기업의 성공사례를 살펴보니 적지 않은 케이스가 국내에서는 해결된 문제였어요. 하지만 난청문제는 달랐죠. 미국, 일본 등에 비해 한국의 난청문제는 심각합니다. 보청기 보급률은 일본의 경우 30%에 가깝지만 한국의 경우 5%미만이었어요. 보청기가 필요하지만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뜻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고통에 집중하는 게 곧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Q. 2010년 대학생들이 모여 창업한 회사가 전국 14개 지점을 확보할 만큼 성장했습니다.

   
 

== 지금은 번듯한 기업의 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처음에는 모든 게 힘들었습니다. 비즈니스 설계·운영, 인사, 재무 등에서 경험이 전무했으니깐요. 그럴 때마다 각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분들을 찾아가 물어보고 배워나갔습니다. 대학교수, 투자자 등 각계 각층으로부터 조언을 얻었죠.

Q. 저렴한 보청기를 만들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 보청기 보급률이 낮은 이유를 조사하다 제조·판매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맞춤정장을 구매하는 것과 비슷해요. 소비자는 판매자를 찾아가 세부적인 치수를 측정하고 오랜 시간 기다려야만 제품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온라인 판매가 불가능 했고 저렴한 가격의 제품이 나올수 없었죠. 

미국·일본 등은 난청인에 대한 보조금 혜택을 잘 갖추고 있습니다. 비싼 보청기를 구매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정도죠. 반면 우리나라의 난청인 보조금은 수년 째 약 30만원으로 고정돼 있습니다. 물가상승률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금액이죠.

Q. 저렴한 보청기는 어떻게 만들 수 있는 거죠.

== 딜라이트가 추구하고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선 표준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기성복처럼 스몰, 미디엄, 라지 등 표준화된 사이즈를 도입했어요. 이로써 보청기도 대량제작과 온라인 판매가 가능해졌죠. 다시 말해 본사의 수익구조는 박리다매입니다.

또 유통 마진을 제거했습니다. 대부분 보청기업체들은 대리점에서 판매가 이뤄지고 있어요. 딜라이트의 판매처는 모두 직영점입니다. 농산물 직거래와 유사하다고 보면 됩니다. 사과를 마트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생산자에게 직접 구매하는 게 저렴한 것처럼 말이죠.

Q. 보청기란 제품 특성상 저렴한 판매가만큼 사후관리(AS) 시스템도 중요합니다.

== 사실 딜라이트 출범 초기, 온라인에서만 판매하려고 했어요. 물론 AS는 택배를 통해 이뤄졌죠. 하지만 잘못된 생각이었습니다. 보청기는 고연령 층의 구매율이 압도적인 상품입니다. 고객 대부분이 직원과 면대 면으로 만나 사용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고장원인을 알고 싶어했어요.

이것이 각 지역에 딜라이트 지점을 확대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판매처는 AS시설도 함께 구비하고 있습니다. 각도에 한 곳씩 배치돼 있지만 방문이 불편하다는 고객들의 목소리가 여전히 적지 않아요. 앞으로 계속 확대할 계획입니다.

Q. 국내 보청기 시장에서 외국계 기업이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 외국계업체들의 국내지사는 다른 국가의 지사보다 세일즈 측면에서 항상 상위를 기록했습니다. 높은 제품가격을 유지했고 매년 수십억씩 배당을 진행해왔죠. 딜라이트가 등장한 뒤로 각 업체에서 저가형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어요. 국내 보청기 시장의 가격장벽이 낮아지고 있는 셈이죠. 적어도 이 점에서만은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한편으론 걱정도 됩니다. 일부 업체는 본사와의 경쟁용으로 세컨 브랜드를 런칭, 저가형 보청기를 출시하는 곳도 있습니다. 만약 대기업의 과도한 출혈경쟁으로 딜라이트가 문을 닫게 된다면 보청기 시장의 가격장벽이 다시 높아질 수도 있겠죠.

Q. 실제로 경쟁사의 압박이 있었나요.

== 출범 초기에 특히 많았습니다. 가격만 싸고 품질이 떨어진다는 식의 소문이 나돌았죠. 지금 까지도 그런 얘기가 가끔 들려오지만 딜라이트 보청기는 동급대비 최상의 품질을 자랑합니다. 딜라이트를 찾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게 이를 방증하죠.

딜라이트 R&D팀과 카이스트 IT융합연구소가 함께 신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모든 업체가 마찬가지겠지만 딜라이트는 쉽게 문을 닫을 수 없습니다. 저희 고객들은 지속적으로 관리가 필요하니깐요.

◆ 대기업과 소셜벤처의 협력

   
 

Q. 지난 2011년 대원제약에 합병된 이후로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습니다. 소셜벤처 업계에서는 '돈 맛을 봤다'는 비난도 있었죠.

== 좋은 기회가 될 것이란 목소리도 있었고 그런 태도(일반기업과 합병에 대한 비난)를 보이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딜라이트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난청인들도 부담 없이 보청기를 사용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게 목표였습니다. 최근까지도 공급자가 '갑'인 시장이었으니깐요.

그렇게 사업을 키워가다 보니 어느 순간 대학생들이 감당할 수 없는 규모가 돼 버렸죠. 처음에는 비영리재단에 사업을 넘길까 했습니다. 함께 창업을 시작한 친구들과 저는 밀렸던 (대학교) 학점이수를 마치고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사업을 맡는다고 나서는 단체가 한곳도 없었습니다.

마침 대원제약이 경제적 투자와 함께 사업 전반에 대한 도움을 제안했죠. 지금도 종종 경영 측면에서 자문을 구하고 있습니다. 외국의 경우 특정 목표를 위한 대기업과 소셜벤처의 협력은 비일비재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뭔가요.

== 국내 시장에서는 더 좋은 제품을 낮은 가격에 제공하는 게 목표입니다. 연구팀에서 결과물이 나오고 있어 새로운 제품도 곧 출시될 것 같습니다. 또 지점을 확대해 고객과의 접점을 늘릴 계획입니다.

해외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북미·남미·중동·아시아 등 전세계의 시장을 살피고 있습니다. 해외시장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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