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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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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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5

 

아베의 선택

 

 

 

세상일은 돌고 돈다. 엔고 덕분에 몇 년 동안 발 뻗고 지내왔던 한국경제가 이제 역전극으로 치닫고 있다. 엔 다까(엔고)에서 도루 다까(달러 강세)로 넘어간 올 초를 고비로 우리 수출품은 경쟁력을 잃기 시작했다. 일본과 겨루는 조선, 자동차, 전자제품에서 그 파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이 흐름이 좀 더 오래 강하게 지속될 것 같아 걱정이다.

 

아베 수상은 그냥 양적 완화를 선택하지 않았다. 민주당에 정권을 빼앗긴 지난 3년 동안 절치부심하며 경제공부를 했고 신중한 로드맵 끝에 내린 결단으로 평가해야 한다. 아베의 경제선생님이던 하마다 고이치(예일대 명예교수)는 양적완화정책을 선택하도록 최종자문을 내린 장본인이다. 지난달 교체된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의 선임자는 이를 반대하다 전격 교체되었다. 물러난 시라카와 역시 하마다 고이치의 도쿄대 제자였는데 시각 차이는 사제지간에도 용납하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구로다는 임명 전부터 물가 2% 목표를 위해 돈을 무제한 풀겠다고 공언해왔다. ADB(아시아 개발은행)총재로 오랜 필리핀 생활을 청산하고 마땅히 후속포지션이 없었던 그로서는 아베 수상의 은전을 받았으니 팔을 걷어 부치고 하자는 대로 나설 수밖에 없는 입장일 것이다. 마닐라와 인도 데칸고원 옆 신도시 하이데라바드 ADB 총회장을 비롯해 과거 취재 여행길에서 몇 번 만나 경험했던 구로다의 스타일로 봐서 아베의 총대를 충직하게 멜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선택은 현재까지 성공하고 있다. 주가가 폭등하고 부동산이 꿈틀거리고 수출경쟁력 회복으로 달러가 들어오는 것이 확연하다. 돈이 흐르니 백화점이 북적이고 먹거리 서비스 시장까지 들썩인다. 고용이 늘어나는 가시적인 성과는 당연하다. 미국도 적극 거들고 나섰다. 죽어가던 합중국 경제를 달러 살포로 지탱해내던 버냉키는 일본의 부활을 굳이 반대 할 이유가 없다. 헬기에 올라앉아 돈 자루를 날리는 풍자만화에 버냉키 대신 구로다가 주인공으로 바뀌었다.

올해에만 우리경제 전체 1.5배 규모의 돈을 쏟아 붓겠다는 게 구로다의 전략이다. 천문학적 액수다. 프랑스 조절학파가 내세웠던 실물경기이론을 수용해 일본은 그동안 보수적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해왔다. 그러다가 헤이세이(平成) 불황 20년의 폭탄을 맞았고 경제가 최악의 후퇴상황에 빠져 들었다. 지난해 선거 막판에 아베가 "강한 일본, 자신감 넘치는 경제"를 들고 나와 표심을 뒤집을 때부터 배팅은 예고돼 있었다. 인플레이션 만들기는 침체 피로감에 지친 일본국민들이 오히려 바라던 정책이었다. 미우나 고우나 우리의 이웃인데 일본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그들이 일어서면 우리가 꺼지는 역학관계가 문제다. 엔화가치가 10% 떨어지면 우리수출은 2.4% 줄어든다. 올 3월에만 일본 수출이 지난해 보다 18% 급감했다. 재앙이 이미 가까이 와있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우리가 일본의 팔뚝을 꺾을 수는 없다. 미국이 동의하는 가운데 벌어지는 양적완화 추세를 거스르기는 역부족이다. 묵은 감정까지 앞세워 원망하고 싶지만 일본이 택한 정책에 우리가 영향을 줄 방법은 별로 없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뻔한 얘기지만 이 고비를 잘 넘겨 한 단계 도약하면 탄탄한 선진경제 되는 것이고 무너지면 소득 2만 달러 아래로 미끄러져 괴롭겠지. 엔화강세로 덕 본 주머니를 다 털리게 생겼으니 무슨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되는 것 같은데 방법을 찾기는 쉽지가 않다. 투자를 미뤄왔던 여유 돈을 과감하게 연구개발에 쏟아 부어서 수퍼급 기술을 만들어 내는 것이 1차적인 대안이 될 것이고 외환시장 변동성을 흡수할 수 있도록 현오석 경제팀이 머리를 싸매면 뭔가 나오지 않을까가 2차적으로 기대하는 대안 정도. 하지만 어느 것도 미덥지는 않다.

물론 일본이라고 구로다의 돈 풀기가 순항하는 것만은 아니다. 엔화가치가 떨어지고 주가는 오르지만 채권금리는 출렁이고 있다. 기업대출 금리를 올리는 은행도 나타나고 있다. 양적완화 정책과는 정반대의 조짐이 조금씩 감지되는 대목이다. 이러다가는 물가억제 목표 2%가 제대로 지켜질지 두고 볼일이다. 그렇다고 우리 할 일은 안하고 '김중수 쇼크'처럼 시장흐름과 역행하는 금리동결로 정부와 한은의 갈등만 온 동네 소문 내는 처방으로는 한계가 있다.

"일본의 양적완화가 불편하면 한국도 돈을 풀어라" 얼마 전 서울을 방문한 하마다 고이치 교수의 일갈이다. 말이야 맞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의 실상을 너무나 잘 알고 조롱하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달러나 엔화처럼 주요통화가 아닌 원화를 늘려봐야 효과보다 잘못하면 우리 경제가 거덜 나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풀리는 엔화에 열 받는 중국과 손잡고 견제방법을 찾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아닐까. 미국 일본이 의기투합한 환율동맹 파도를 넘으려면 중국과의 금융공조를 검토할 시점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세상은 잇속에 따라 변하고 요동치며 가고 있다.

김경한 컨슈머타임스 발행인 justin747@c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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