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필 브롬튼아시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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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필 브롬튼아시아 대표
  • 최미혜 기자 choimh@cstimes.com
  • 기사출고 2012년 12월 10일 0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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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 경매 시스템 도입…아시아 전체 악기 시장 활성화 기여"
   
 

[컨슈머타임스] "악기는 희소가치와 실용성, 환금성 면에서 투자가치가 큽니다. 악기 경매를 통해 한국, 중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 악기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입니다."

미술품이나 자동차처럼 악기도 경매를 통해 구입하려는 수요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늘고 있지만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아직 생소하게 다가온다. 적정 가격에 좋은 악기를 판매하고 구매할 수 있는 경매 시스템을 국내에 도입하기 위해 브롬튼 아시아가 최근 문을 열었다. 이원필 대표가 이 곳을 이끌고 있다.

오랫동안 악기사를 운영해온 이 대표는 작사가, 제작자로도 유명하다. 악기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그를 만나 국내를 넘어 아시아 악기 시장의 현주소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Q. 악기를 경매를 통해 구매한다는 사실이 낯설게 느껴지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을 것 같은데요. 악기경매사 브롬튼에 대해 소개해주신다면요.

== 경매시스템은 외국에서 도입된 거래 방법 중 하나입니다. 여러 경매회사가 있지만 대부분 종합 경매사고 그 중 악기파트가 있는 형태입니다. 브롬튼은 미술품에 주력하는 타 경매 회사와는 달리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을 전문으로 하는 영국 최대 현악기 경매사죠. 브롬튼은 지난 3월 런던 경매에서 경쟁사인 소더비와 본햄을 각각 50만 파운드(약 8억7000만원), 80만 파운드(약 14억원)의 격차로 누르고 총 181만2000파운드(약 31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브롬튼이 아시아에 공식 진출하면서 서울 오피스가 출범하게 된 것입니다. 브롬튼 아시아는 앞으로 국내 뿐만 아니라 아시아 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회사가 될 것입니다.

Q. 국내와 비교했을 때 해외 악기 시장 상황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 경매가 이뤄지려면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경매로 악기를 구입하려면 악기를 보는 눈도 있어야겠죠. 국내에 소위 장인들이 만든 명품 악기인 '올드 악기'가 들어온 지 50~60년이 넘었습니다. 악기를 필요로 하는 음악인들도 늘어나 경매가 성사될 수 있는 시점이라고 봅니다.

악기시장도 국가 경제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음악은 유럽에서 먼저 발달했지만 100여 년 전부터 미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좋은 악기들이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30년 전부터는 일본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좋은 악기들이 일본으로 많이 들어갔고 훌륭한 음악가들도 그곳에서 배출됐습니다. 악기 시장의 중심은 자연스럽게 악기가 몰리는 곳이 되겠죠. 앞으로는 한국과 중국이 주요 시장이 될 것입니다.

   
 
Q. 악기 경매가 활발해지면 국내 악기 시장에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예상 하시나요.

== 경매를 통한 악기 거래의 활성화는 국내 악기 시장 상황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악기라는 것은 누가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같은 악기라도 금액 차가 크게 발생 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이렇게 되면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 혼란을 겪게 되고 시장이 어지러워질 수 밖에 없습니다. 딜러 중심의 1:1 방식으로 거래되던 관행을 벗어나 열린 공간에서 여러 대를 객관적으로 비교하며 자신에게 맞는 악기를 구입할 수 있게 됩니다.

경매 시스템이 도입되면 딜러 한 사람이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비교 평가되기 때문에 터무니 없는 가격이 형성되는 문제를 막을 수 있습니다. 경매회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윤 창출의 목적도 있지만 투명한 시장을 형성한다는 점이 포인트죠.

Q. 경매에서 좋은 악기를 구입 하려면 일정 수준의 안목이 필요할 텐데요. 전문가가 아닌 이상 오래된 악기의 가치는 물론 진품 여부조차 구별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 악기 제작자나 전공자가 아닌 일반 소비자들이 악기의 가치를 판단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전공자들은 악기사를 자주 다니다 보니 악기 보는 눈도 있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기도 쉽습니다.

근래에 와서는 악기 제작 학교가 생겼지만 과거에는 모두 장인의 손길을 도제식으로 배웠습니다. 악기 제작 학교에서도 제작 방법만 가르치지 악기 감정에 대해서는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곳이 없습니다. 개인 스스로 공부를 하면서 여러 악기들을 비교∙평가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다 보면 악기의 특성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단기간에 되는 일은 아니죠.

브롬튼에서는 정기적인 프리뷰와 경매 위탁행사를 진행하면서 경매 시장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브롬튼 전문가들을 통해 악기 감정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Q. 명품 악기는 투자 가치가 높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요.

== 악기는 미술품이나 여러 골동품에 비해 개인이 소장한다고 했을 때 낯설 수 있지만 희소가치와 실용성, 환금성 면에서 훌륭한 투자 대상입니다. 악기는 연주라는 기능적 성격이 강한 예술품이라는 점에서 연주가가 아닌 경우 최소한의 관리법을 익히거나 전문가에게 의뢰하면 소장하기도 어렵지 않습니다. 200~300년 전에 만들어진 명기의 수는 분명 한정돼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희소성의 가치는 매년 올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연주자뿐만 아니라 수집가, 투자자 등 현악기에 대한 관심은 날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죠. 전문가들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명기의 투자수익률은 10~14% 정도 됩니다. 20%의 가치상승을 보인 경우도 있습니다.

기업이나 재단이 악기에 투자할 경우 연주자에 대여해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임대수익도 함께 올릴 수 있습니다. 연주자가 임대한 악기로 국제 콩쿠르 등에서 입상할 경우 악기의 가치는 더욱 올라갑니다. 관객들은 좋은 악기를 통해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수 있으니 행복의 가치는 말할 수 없이 크겠죠.

관악기는 부식이 일어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떨어지지만 나무로 만든 비올라, 첼로, 바이올린 같은 현악기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래될수록 나무의 진이 자연스럽게 빠지면서 건조되면 세월이 만든 아름다운 소리가 나게 됩니다.

   
 

Q. 브롬튼 아시아의 향후 발전 방향과 이 대표의 꿈이 궁금합니다.

== 한국 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를 커버해야 한다는 점에서 짐이 무겁습니다. 특히 중국은 현악 전공자가 1000만명이 넘습니다. 올드악기 수요가 엄청나겠죠. 중국은 아직 현악기 역사가 짧다 보니까 전문가가 많지 않은 상황입니다. 한국과 함께 중국 악기시장에 경매시스템을 안착 시킬 것입니다. 상해나 북경, 심양 등 주요 학교들이 있는 곳을 공략하면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나아가 아시아를 세계 악기시장의 중심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외국인 감정사나 악기 전문가라고 해서 특별히 능력이 뛰어난 것은 아닌데 국내 전문가들이 실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악기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 후배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바른 시장문화를 만드는데도 힘쓸 것입니다.

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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