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왜 서비스 산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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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왜 서비스 산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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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15

 

21세기, 왜 서비스 산업인가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힘을 합쳐 미국 게임업체 '밸브' 인수를 추진 중이다. 넥슨은 지난해 1조2천 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엔씨소프트는 6천 억 원의 실적을 냈다. 매출은 넥슨이 많지만 개발 기술은 엔씨소프트가 한 수 위로 평가된다. 두 회사는 게임업계의 황제다. 넥슨의 김정주 사장과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는 이미 한국의 새로운 부호명단에 등재돼 있다. 주가 20만원을 넘는 초우량 업체들이다. 이들의 움직임은 언제나 뉴스거리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서든어택', '카트라이더'로 유명하고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시리즈'와 '아이온'으로 시장의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두 강자가 손잡고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미국의 밸브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시애틀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보다 더 청년들을 열광시키는 유명한 업체가 바로 게임회사 밸브다. .

밸브는 세계적인 인기게임 '하프 라이프'를 만들었고 게임 내려 받기 서비스인 '스팀'을 운영한다. 스팀은 전 세계 회원이 4천만 명이다. 지구촌에서 이뤄지는 PC 게임 내려 받기의 70%를 스팀이 장악하고 있다. 우리 청소년들이 죽고 못사는 게임 중 하나가 '피파(FIFA)시리즈'인데 이를 개발한 미국 EA가 밸브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가격은 1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만만치 않은 쟁탈전이 예고된다.

이게 도대체 무슨 얘기인가. 과학 공상 만화에나 나올법한 황당 스토리 같지만 요즘 인터넷 세대 표현대로라면 '100% 리얼'이다. 게임 산업이 경제의 한 축을 차지했고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다양한 게임은 이미 국민적 레저로 성장했다. 천문학적 매출로 해마다 성장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일찌감치 1조원의 실탄을 준비하고 글로벌 게임시장의 생태계 지배에 나선 것이다. 성공하면 일자리 창출과 부가가치가 종합세트로 따라온다.

공장과 제조라인을 제치고 서비스산업이 글로벌 비즈니스의 대세가 된 것은 우리만의 일이 아니다. 살만한 선진국은 대개 이 분야에 사활을 거는 추세다. 금융과 의료, 교육, IT, 디자인, 관광, 법률, 컴퓨터, 통신, 패션 분야에서 빅뱅이 일어나고 있다. 어제가 옛일이고 아침이 추억이다. 서비스의 회임 속도가 빨라지고 현란한 다양성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국경이 없어진 전자공간에서 사람들은 최고의 서비스, 최상의 품질을 찾아 무섭게 움직인다. 스웨덴의 푸드산업, 미국의 신약개발, 일본의 만화산업이 조선소 몇 개를 능가하는 먹거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지식의 통찰력과 문화적 감성이 지배하는 21세기에 살아남으려면 모든 것을 버리고 서비스산업에 올인 해야 한다고 수많은 사람들이 외치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 산업의 신선한 새벽은 아직도 멀기만 하다. 인천 송도에 영리 병원을 세워 중동의 갑부 환자들을 유치하자고 나선지가 몇 년째인데 아직도 재경부와 복지부의 의견대립으로 꼼짝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허브를 만들겠다고 거창한 청사진을 내건 지가 10년이 지났지만 밑그림조차 제대로 그려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금융경쟁력은 더 퇴보하고 있다. 구호만으로 서비스시장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교육과 관광시장, 스토리 텔링이 주축을 이루는 문화 마케팅, 여기에 엮여 들어오는 국제 소비자와 방문객들에게 주어지는 체험감동은 곧바로 국가매출로 이어진다. 서비스 시장이 커지지 않으면 고질적인 청년실업 문제 해결이나 경제 재도약은 어불성설이다. 고밀도, 고부가가치화가 낮아서 그렇지 한국 GDP의 60%는 이미 서비스 쪽에 치우쳐 있다. 전통산업과 재래식 프레임으로는 더 이상 성장의 한계에 직면해 있다.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고 쉽게 즐기면서도 곧 바로 생산성으로 연결되는 서비스시장에 답이 숨어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올 순이익 추정치는 37조원에 이른다. 시가총액으로 볼 때 30대 기업전체 순익의 55% 수준이다. 시간이 갈수록 두 회사로의 쏠림현상은 더 커지고 있다. 그런데 한국경제가 몇 개의 재벌기업 성패에 얹어져 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제조업의 무역과 흑자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다. 두 개의 큰 바퀴 외에도 다양한 보조 바퀴들이 나와 주어야 한다. 세계적 병원, 최대 규모의 대학, 아시아 시장을 합친 것보다 더 큰 제약 신약개발센터, 미슐랭 가이드의 별을 받은 수많은 레스토랑, 최고 수준의 관광 인프라에서 강력한 비즈니스 클라우드를 무기로 보조바퀴가 양산되어야 한다.

우리는 산업의 시대에 살아왔지만 서비스의 시대가 와있다. "미래는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역설한 엘빈 토플러의 예언을 실천에 옮기는 나라가 수퍼리치 대열에 선착한다. 이쯤에서 서비스 산업으로 한국의 미래를 확 바꾸겠다고 나서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국립묘지 참배하고 봉하마을 찾아가는 판박이가 아니라 서비스 산업 발전에 정치생명을 걸겠다는 좀 더 색다르고도 파격적인 접근 말이다. 똑같이 정쟁하고 물어뜯고 해명하는데 날새기 하면 디지털 화면 놔두고 먼지 쌓인 앨범 들추는 격이다. 서비스 산업으로 중무장해 국가를 혁신적 비전으로 밀고 가지 못하면 한국의 성공은 짧은 추억으로 끝날 수 있다.

지난주 코리아 비전 컨퍼런스에 참석한 로버트 졸릭 전 세계은행 총재는 미래 한국의 해답을 "서비스 산업에서 찾으라"고 훈수했다. 우리가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고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답은 서비스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알량하게 이뤄놓은 성과를 서로 나눠먹고 빼앗지 못해 안달하지 말고 색다른 성장 비전을 제시해 국가의 모든 역량을 서비스 산업으로 집결시켜 나가라는 것이다. 다 아는 얘기 같지만 남이 손가락질하며 깨우쳐주면 더 크게 들리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한다.

아시아 성형수술 허브, 학교 비즈니스 대박 프로그램, 국가적 소프트웨어 집적 단지가 무르익어야 우리가 희망하는 강소국, 작지만 강한 경쟁력을 갖춘 나라가 가능하다. 경제개발, 민주주의, 대립의 아이콘을 넘어서는 새로운 도약을 서비스 산업의 비전에서 찾아야 할 때가 되었다.

김경한 컨슈머타임스 발행인 justin747@c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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