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손.
상대방과의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최대한 피하려는 '매너손'의 반대개념. 여자연예인들과 함께 있는 '짖궂은' 남자연예인들에게 주로 적용되는 말이다.
은행권의 '못된손'이 최근 잇따라 적발되면서 사회적 불신을 키우고 있다. 고객이 맡긴 돈을 마치 제 돈처럼 빼돌려 쓴 파렴치한 일부 은행직원들 얘기다.
우리은행 직원 A씨는 6명의 고객돈 31억 여 원을 횡령해 주식 선물옵션에 투자했다 모두 탕진했다. 실제 예금 가입자가 맡긴 돈의 액수와 다른 금액을 통장에 입력한 뒤 '스티커'를 붙이는 방식으로 고객을 속였다.
농협 직원 B씨는 고객 돈 수억원을 횡령하고 잠적했다가 구속됐다. B씨는 2005년부터 7년간 고객 3명의 예금 6억7000여 만원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정기 예금을 해약한 뒤 이자를 지급하는 방법으로 고객들을 속이고 만기가 되면 다른 고객의 예금을 빼내서 주는 수법을 사용했다.
같은 회사 직원 C씨는 2009년부터 조합원 2명이 예치한 2500여 만원을 유용∙횡령해오다 감사에 적발돼 해직됐다.
현금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은행을 찾은 소비자들의 뒤통수를 제대로 쳤다.
고객 통장을 제 주머니처럼 이용하고 조작까지 했다는 사실이 황당하기 까지 하다. 수년에 걸친 횡령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린 은행에도 비난의 화살이 모아지고 있다. 그간 내부 감사가 허술하게 이뤄진 것은 아닌지하는 의심이 적지 않다.
잊을 만 하면 들려오는 횡령 소식에 은행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내부 직원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유사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은행권의 공통된 견해다. 시스템 접근 권한을 강화하든 내부 감사를 강도 높게 실시하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의 '인성 문제' 쯤으로 여길 사안이 아니라는 의미다.
고객돈을 만지는 직원 한 명 한 명의 손은 은행 전체 신뢰도와 직결된다. 소비자들은 신뢰를 잃은 은행 문을 다시 열지 않는다.
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