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문화예술 '소외 장르' 기업 지원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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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문화예술 '소외 장르' 기업 지원 절실하다
  • 최미혜 기자 choimh@cstimes.com
  • 기사출고 2012년 07월 23일 0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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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브로'

학창시절 몸 담았던 연극 동아리 이름이다.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이라는 뜻을 가진 순 우리말이기도 하다.

스스로 작품을 완성해간다는 성취감과 무대 위에 설 수 있다는 매력에 잠시나마 연극배우를 꿈꾼 적이 있다. 부모님은 '취미 활동으로 연극을 즐겨도 충분하지 않냐'며 반대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딸의 '밥벌이'가 당장 걱정되지 않았을까 싶다.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연극무대 출신 배우들의 '배고픈' 과거 이야기를 지금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으니 부모님의 걱정이 기우는 아니었던것 같다.

'배고픈 길'이 연극 뿐일까. 국악, 무용, 문학 분야 등 이른바 '소외 장르'들에 대한 인식은 마찬가지인 듯 하다.

최근 한국메세나협의회가 주최한 기자간담회에서 기업들의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지원 현황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소외 장르'는 이 곳에서도 확인됐다.

한국메세나협의회가 발표한 '2011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현황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문화예술 지원금액은 1626억9000만원으로 2010년 대비 6.2% 감소했다. 유럽발 금융위기 등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이 지갑을 닫은 것이다.

줄어든 지원금마저도 특정 문화예술 분야에 집중돼있다. 갤러리 운영 및 전시비가 포함된 '인프라' 부분에 774억원, 미술∙전시 분야에 105억원이 지원됐다. 반면 연극에는 40억원, 문학 33억원, 전통예술 31억원, 무용 27억원, 국악에는 22억원의 지원이 이뤄졌다.

기업들의 문화예술 지원 활동이 갤러리 운영 및 작품 전시에 편중돼 있다는 얘기다. 한국메세나협의회는 문화예술 균형 발전을 위해 다양한 예술장르에 대한 기업들의 지원 확대를 과제로 꼽았다.

겉으로 당장 보여지는 갤러리 운영을 통해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생색도 내면서 미술작품 소장 등으로 향후 경제적 이익도 볼 수 있으니 기업입장에서 그야말로 일석이조. 다양한 예술작품 전시로 소비자들에게 작품 향유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는 물론 긍정적이다. 다만 이 분야에만 지원이 몰리는 현실이 안타깝다.

연극, 국악, 무용 분야의 인재를 발굴하고 관련 분야 작품을 고객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예술단체를 지원해주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당장의 효과는 미미할지 몰라도 균형 잡힌 예술 발전 측면에서 볼 때 기여도는 적지 않을 것이다.

당장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여론 조성과 생각 변화가 우선이다. 기업 최고경영진들의 '소외 장르' 문화예술 분야 지원에 대한 의지 강화와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5년 후, 10년 후, 100년 후를 내다보고 투자계획을 세우는 기업가들의 안목이 문화예술 지원에 있어서도 필요하다. 기업 메세나의 시나브로 변화를 기대한다.

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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