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시민의 발' 담보로 한 택시파업…서비스 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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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시민의 발' 담보로 한 택시파업…서비스 질은?
  • 민경갑 기자 mingg@cstimes.com
  • 기사출고 2012년 06월 25일 0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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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공부하던 친구가 치과치료를 위해 귀국했다. 그러나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그날은 택시 전면 파업일.

반가운 마음에 전화를 걸었지만 그의 입에서는 볼멘소리부터 터져 나왔다. 그리웠던 고국을 거의 2년 만에 밟았지만 야간에 도착하는 비행기를 이용한 탓에 집으로 가는 길이 묶여버린 것이다.

리무진을 타고 집 근처 역에 내려 20kg에 육박하는 캐리어 가방을 질질 끌고 약 7km 떨어진 집까지 걸어 갈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후텁지근한 날씨와 무거운 짐에 서울의 그리움이나 향수는 떠올릴 분위기가 아니었다.

이날 발이 묶여 불편을 겪은 소비자는 비단 기자의 친구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파업을 지켜보는 시민들은 또 한번 기가 막힌다. 승차거부, 바가지 요금, 목적지 돌아가기 등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택시 행패'에 이골이 났던 기억들때문이다. 파업이 곱게 보일리가 없다.

택시 행패에 당한 이야기는 너무 많아 새삼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5000원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8000원내도록 돌아가면서 눈속임하는 택시기사와 멱살이라도 잡고 싶은 시비를 경험한 적이 있으니까.

이 같은 문제점은 끊임없이 지적돼 왔지만 택시업계에서는 이렇다 할 개선 방향을 내놓지 않았다. 물론 전체 택시들이 불량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상당수 택시들이 그렇다는 것을 부정하기도 어렵다.  

택시업계는 정부에 △LPG가격 안정화 대책마련 △택시를 대중교통 범주에 편입시키는 법제화 △요금 현실화 △감차 보상대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사항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택시면허 반납과 10월 총파업 돌입이란 카드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그들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연료비에 택시는 과잉 공급 됐지만 택시비는 3년째 동결이다.

승객은 줄고, 비용은 늘고 사납금까지 채워야 하는 기형적인 구조도 택시기사들을 힘들게 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파업을 통해 소비자를 괴롭히는것은 온당한 행동인지 이해할수 없다. 택시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선은 안중에도 없다는 말인데 뒷맛이 씁쓸하다.

택시 기사의 생존권이 중요한 만큼 그것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서비스 선택권도 중요하다. 일방통행과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소비자와 택시 사이에 무너져 버린 신뢰의 벽을 다시 쌓아야 할 시점이다. 택시를 탈 때마다 '혹시 돌아가지는 않을까', '택시에 휴대전화기를 놓고 내리면 찾을 수 있을까', '이 택시 기사는 복장이 왜 저렇게 불량하지'라고 걱정하지 않도록 말이다.

파업보다는 서비스를 개선하고  신뢰를 먼저 쌓아나가야 소비자들이 택시 생존권 투쟁에 동참하지 않을까?

컨슈머타임스 민경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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